너를 기다리는 동안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카페 안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어

바닥이 조금 기울어 있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지

무대 조명 같은 등이

천장에 하나,

아직 꺼지지 않은 채 떠 있었고

나는 창가 쪽으로 걸어갔어

거기서라면

건너편 신호등이 보였거든

빨간불이 오래 켜져 있으면

누군가는 매복 중이라는 뜻이야

테이블마다

작은 혀 하나씩

놓여 있는 기분이 들었어

그가

그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시던 순간

지붕 위 어딘가에서

기왓장 하나가

툭—

늦은 아침,

대열을 맞춰 걷던 개미떼가

모두 흩어졌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말은 늘

떨어진 다음에 울리니까




벽 쪽 선반에

접시들이 조금씩 기울어 있었어

누가 일부러 그렇게 놓은 것처럼

딱 한 마디만 더 했더라면

다 쏟아졌을 것 같은 각도였지

소리는 없었어

내 말이 너무 뜨거웠는지

그의 커피 잔은 한 모금도 줄지 않았고

스푼은

살짝 옆으로 돌아앉은 채였어

우리는 다 안 들리는 편이었지

입술보다 더 조용한 건

깊게 파인 그릇의

움푹한 마음들이니까

시간은

먼지처럼 접시 위에 내려앉았고

말들은 쌓이지도, 닦이지도 않았어

문득

누가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았어

무심한 진동음처럼

식탁 아래에서 울린

그 순간

하얀 접시 하나가

툭—

조금만 더 참았으면

영영 깨지지 않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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