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긁는 문장들

계획되지 않은 동작과 뜻밖의 문장이

by 적적

https://www.youtube.com/watch?v=cq8k-ZbsX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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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광장은 바닥부터 살아난다. 쇠붙이가 박힌 신발과 콘크리트의 마찰이 첫 박자를 긁는다. 조명이 내려오는 게 아니다.

무대가 조명을 당긴다. 그 중심에 한 사람이 선다. 두 발은 각도를 고민하지 않고 바닥을 향해 기울고, 팔은 어깨에서 빠져나간다. 허리는 중심을 해체하고, 몸은 중력을 저버린다. 그 순간의 서사에는 줄거리도 기승전결도 없다. 오직 낙하와 부상, 회전과 추락만이 있다. 글쓰기는 바로 그런 움직임이다. 낯선 무대의 조도 아래, 몸 아닌 문장이 바닥을 긁으며 처음으로 기지개를 켜는 행위다.


언어는 처음부터 리듬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평지 위에서 천천히 굴러가는 대리석 같다. 의도된 구절과 구성된 단어들, 문법의 틀에 갇힌 예의 바른 인사처럼 말한다. 그러나 무대는 리듬만을 원한다. 이탈한 박자와 그 틈새에서 터지는 비트,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몸을 던질 때 관객은 고개를 든다. 글 또한 그 틈을 탄다. 모든 단어가 계획된 것이 아닌 것처럼, 다음 문장은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는 느낌을 줄 때 비로소 살아난다. 절도 있는 통제보다는, 통제하려다 놓쳐버린 숨결 속에서 진심이 기어 나온다.



B-boy의 무대는 장르가 없다. 그것은 재즈이고, 펑크이며, 동시에 침묵이다. 처음에는 일기였고, 나중에는 평론이었으며, 끝내는 아무런 범주에도 들지 않는 문장이 된다. 장르란 라벨이 아니라 뒤늦은 변명이다. 본래 글은 태생적으로 자유롭다. 모든 구문은 튕겨 나가려는 몸짓이고, 문단은 곧 다음 동작을 위한 간격이다. 거기에는 발단도, 절정도 없다. 단지 하나의 소리와 다음 소리 사이의 텐션이 있다. 그 틈새에서 감정은 튀어나오고, 의미는 멈칫하며 태어난다.


무대 위에서 몸은 늘 한순간 늦는다. 머리가 지시한 방향으로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중력보다 빠르게 도는 동작에서는 균형이 꺾인다. 한 문장을 완성하는 동안 이미 다음 문장은 도망친다. 머릿속의 속도는 펜을 이기고, 타자를 앞지르며 흘러간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본래 놓치는 일이다. 잡지 못한 문장을 부러워하며, 도달하지 못한 뉘앙스를 아쉬워하며 쓰는 것이다. 그 틈을 수용하지 않으면 글은 완성되지 않는다. 비보이의 회전이 완벽할 때보다, 삐끗하고 멈칫한 순간에 더 많은 박수가 터지듯, 실패한 연결, 어긋난 비유, 과한 침묵 속에서 뜻밖의 진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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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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