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멈추고, 문장은 걸어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A5ZWtVZafIs
문장은 빛보다 느리다. 셔터는 찰나를 붙잡지만, 문장은 그 한순간을 오래도록 더듬는다. 묘사는 사진과 달리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술이다. 모든 것을 쓰는 것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과 같다.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 결정이 문장을, 나아가 세계를 만든다.
하얀 벽을 배경으로 소녀가 서 있다. 사진은 말이 없다. 옷의 주름, 빛의 방향, 입술의 모양, 어깨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이 모든 것이 정적 안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묘사는 말해야 한다. 그녀가 벽 앞에 서 있다고 말하는 순간, 나머지는 사라진다.
말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사라진 자리에, 선택된 몇 개의 단어가 남는다. 마치 그녀의 눈빛 하나로 온 방 안의 공기가 바뀌는 것처럼. 묘사는 그런 것이다. 말해진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해 존재하는 언어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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