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유 finale

마지막을 아는 눈

by 적적


언어가 고유성을 절단하는 방식

https://www.youtube.com/watch?v=yKNxeF4KMsY&list=RDyKNxeF4KMsY&start_radio=1

플레이를 누르고 소리를 줄여요~

그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인식이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이미 알고 있는 눈이었다. 아니, 어쩌면 알아버린 눈. 트럭 위의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가는 이유, 차창 너머 보이는 세상이 마지막으로 보게 될 풍경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 외출이 결코 귀향이 될 수 없다는 절대적인 결론.


고속도로의 표면은 오후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번들거렸다. 타이어의 마찰음이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며, 속도계 바늘은 허공에 고정된 듯한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풍경은 연속된 필름처럼 옆으로 미끄러져 사라졌다. 중앙분리대의 나무들은 가지마다 먼지와 배기가스를 입은 채 건조한 초록빛을 유지하고 있었고,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표지판들은 푸른 판 위에 흰 글자를 얹어, 다음 도시의 이름을 무표정하게 알리고 있었다.



옆 차선에서 커다란 트럭 한 대가 속도를 맞춰 지나간다. 철제 난간이 사방을 둘러싼 화물칸 안에는 덩치 큰 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철창에 스치는 털들이 바람에 일렁였고, 쇠사슬과 철판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 소리 속에는 단일한 금속음과, 동물들의 낮고 둔탁한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소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인 채 움직임이 없었다. 그중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축축한 콧잔등과 먼지 묻은 털, 그리고 커다란 눈동자가 낮은 각도로 세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그 눈과 시선이 맞닿았다. 시간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늦춰지는 것처럼, 바퀴의 회전과 바람의 흐름, 모든 것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도살장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이조차, 그곳의 존재를 상상할 수 있다. 냄새는 코로 들어오기 전, 뼛속에 먼저 스며든다. 피가 마르는 속도, 뜨겁게 식어가는 살의 감촉, 철제 바닥에 고이는 액체의 색깔. 그 모든 것이 냄새에 섞여 있다. 그 소는 아마 그 냄새를 직접 맡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눈은 이미 그 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선이 스쳐간 순간, 그 눈동자는 직유가 되었다. 단순한 동물의 눈이 아니라, 삶의 궤도 위에서 종착지를 예감한 모든 존재의 눈. 연인과의 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 사직서를 봉투에 넣는 손끝, 기차역 대합실에서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 그것들은 전부 다른 장면이지만, 같은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 끝을 아는 시선이라는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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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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