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유 finale.

직유는 약한 자의 언어이며.

by 적적

가장 깊은 상처를 내는 무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Zxwe4SXY8&list=PLfodbX682Ls0IapFPNYOFBqhlSORZvsUN&index=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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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어는 태어날 때부터 무장해제된 상태로 세상에 나온다. 스스로를 보호할 방패도, 대상을 꿰뚫을 창도 없다. 그 언어는 적대적이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순진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언어를 발화하는 순간, 발화자는 이미 무기 없는 전장 한가운데 서 있다. 직유가 그렇다. “너는 꽃 같다”라는 말은 발화자 스스로를 무장해제시키는 동시에, 상대의 감각을 무심히 베어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된다. 무력해 보이는 이 비유가, 가장 단단한 방어막을 우회해 심장에 닿는다.


직유는 비교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그 비교는 정확성을 향한 것이 아니다. 정확은 설명의 영역에 속한다. 설명은 사물의 위치를 지도 위에 찍는 일이다. 반면 직유는 지도를 찢고, 사물의 좌표를 허공에 띄운다. “그는 사막의 바람 같다”는 문장은, 사막이 아닌 도심에서, 모래바람 대신 미세먼지가 떠도는 오후에도 적용된다. 직유는 현실의 지리와 계절을 배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배신이야말로 직유의 생존 방식이다.



강한 자는 돌을 던질 때 비유 따위는 필요 없다. 단정적인 말은 그 자체로 충격이 된다. “그는 잔인하다”라는 한 문장은 목적지에 곧장 도착한다. 그러나 약한 자는 그 길을 택할 수 없다. 직접적인 규탄은 쉽게 반격을 불러온다. 그래서 약한 자는 우회한다. 직유는 우회의 기술이다. 그것은 ‘그는 겨울 강 같다’라고 말함으로써, 잔인함과 고립, 차가움, 그리고 그 표면 아래 흐르는 보이지 않는 힘을 동시에 암시한다. 직유는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의미의 방향을 빗겨 나간 화살이 의도보다 더 깊이 박히게 만든다.


이 우회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비켜간다는 것은 약해 보이지만, 실상은 더욱 위험한 궤도를 그린다. 직설은 예상 가능하지만, 직유는 예측을 무너뜨린다. 준비된 방패는 정면 공격을 막을 수 있지만, 비스듬히 날아오는 비유의 칼날은 막기 어렵다. 방어막의 경계 밖에서 들어오는 공격이 언제나 치명적이다.



직유의 무기는 즉각적인 파괴가 아니라 침투다. 침투는 파괴보다 오래간다. 부서진 것은 다시 세울 수 있지만, 스며든 것은 제거하기 어렵다. 직유는 상대의 감각과 기억 속에 스며든다. 그것은 물리적 공격이 아니라, 의미를 통한 점령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폭발하는 지뢰처럼, 듣는 순간에는 스쳐 지나가지만, 어느 날 불현듯 그 의미가 열리면서 상처는 새롭게 피어난다.



한 연인은 사랑을 직설로 고백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무겁고, 너무 직접적이어서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대신 그는 말했다. “당신은 겨울에도 자라는 풀 같다.” 그 말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갔다. 그러나 며칠 뒤, 상대는 창밖의 마른 가지 사이로 솟아오른 한 줄기 새싹을 보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지를. 그 깨달음은 늦게 도착했지만, 더 깊었다. 직유의 무기는 이런 식으로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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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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