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장들의 계절
https://www.youtube.com/watch?v=DeNn5zXDz18&list=OLAK5uy_lw-EE_d7Y_NKjiaYjLFO6taUNjA2YjYU8&index=6
문체는 언제나 늦게 발견된다. 한 문장을 쓰고, 지워내고, 다시 쓰는 동안 그 문장은 이미 떠나 있었다. 처음의 문장과 마지막의 문장은 닮아 있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다. 마치 한 강의 물이 두 번 같은 자리를 흐르지 않는 것처럼, 문장 역시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이 되돌아오지 않는 강가를 따라 걷는 일이다.
처음 문장을 쓸 때는 그 문장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모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 사라짐이 바로 문체의 형성이다. 문체는 어떤 축적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과 배제의 연속으로만 다가온다. 남겨진 것은 선택된 단어들이고, 떠나간 것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단어들이다.
문체가 형성되는 순간은 종종 파국처럼 느껴진다. 이전까지의 문장은 다른 방향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었지만, 특정한 리듬과 호흡이 문장 속에 스며드는 순간, 그 문체는 방향을 틀어버린다. 그것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궤도 변경이다. 처음에는 미세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궤도는 원래의 길과 멀어져 간다.
길 위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다. 하나는 문체가 아직 닿지 않은 가능성의 그림자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지나쳐버린 불가능의 그림자다. 글쓰기는 이 두 그림자 사이를 걷는 일이다. 가능성의 그림자는 유혹하고, 불가능의 그림자는 경고한다. 그러나 걸음은 항상 불가능의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간다. 문장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발자국은 뒤로는 사라진다.
문체는 언어의 습관이 아니라, 언어가 만들어낸 운명이다. 어떤 작가는 문체를 꾸며서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문체는 오히려 꾸밈을 거부하는 순간에 나타난다. 아무리 많은 수사를 얹어도, 문체는 그 수사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틈새를 찾아낸다. 그 틈새로 언어는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문체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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