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육체가 교차하며 남기는 맥박
언어는 두 겹의 시간을 산다. 기록된 순간의 멈춤과, 읽히는 순간 새로이 시작되는 흐름. 오래된 활자에서도 갑자기 바람처럼 진동이 일어나고, 죽은 듯한 문장이 다시 뜨겁게 호흡하기도 한다. 그 부활은 의도가 아닌 우연에서 비롯된다. 문장이 궤도를 벗어나는 찰나, 언어는 마치 오래 봉인된 입술이 풀리듯, 새롭게 뜨거운 숨을 토한다. 의도는 겉모습을 다듬지만, 우연한 도약만이 문장의 진짜 육체를 드러낸다.
문체를 하나의 태도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무게와 무중력 사이의 은밀한 균형을 탐사하는 행위다. 언어는 도약하려는 충동과 땅에 붙잡히는 운명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한다. 그 진동은 언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삶도 마찬가지다. 절망은 중력의 순간이며, 희망은 발을 떼는 가벼움의 순간이다. 그 리듬은 서로 다른 몸이 밀고 당기는 호흡처럼, 무게와 가벼움 사이를 왕복한다. 문장은 이 떨림을 기록하는 정직한 장부다.
문체는 단순히 의미의 통로가 아니다. 그것은 몸이 사유를 통과하며 남기는 마찰음, 체온의 흔적, 땀방울의 무늬다. 문장은 언제나 뼈대를 가진다. 그러나 그 뼈대를 지탱하는 것은 근육과 혈관, 그리고 피를 따라 흐르는 리듬이다. 문체는 바로 그 리듬의 집적이다. 문장이 멈칫할 때, 그것은 어깨가 순간 움찔하며 경직되는 것과 닮았다. 반대로 문장이 길게 늘어질 때, 그것은 잠들기 직전의 호흡처럼 무의식적으로 느려진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몸을 더듬는 일이다. 눈으로 따라가지만, 기억은 살갗의 감각으로 저장된다.
언어는 추상적이지만, 문체는 육체적이다. 발음이 입안에서 굴러 나오는 방식, 혀끝의 움직임, 목의 떨림 같은 것들이 글의 표정으로 남는다. 어떤 문장은 뜨겁게 달궈진 돌처럼 손바닥을 지지며 남고, 어떤 문장은 새벽의 물안개처럼 사라지며 겨우 촉감을 남긴다. 이 미묘한 차이가 문체다. 문장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문체는 몸에서 배어 나온다.
문체는 숨결이다. 긴 문장은 숨이 차오르듯 이어지고, 짧은 문장은 날카로운 흡기처럼 끊긴다. 리듬이 무너진 문체는 마치 호흡곤란을 겪는 몸처럼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반대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체는 잘 훈련된 폐활량을 가진 육체처럼 여유롭다. 문체는 의미의 꾸밈이 아니라, 호흡의 주기다.
문체가 육체라는 말은 곧, 글이 몸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걷는 사람의 그림자가 햇빛의 각도에 따라 길어졌다 짧아지듯, 문체는 몸의 습관을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고독하게 살아온 사람의 문장은 차갑고 날카로운 뼈대를 드러내며, 유희 속에서 익은 문장은 풍만하고 촉촉하다. 문체는 경험을 모방하지 않는다. 경험을 통과한 몸이 남긴 울음의 파편, 웃음의 주름, 혹은 욕망의 떨림이 그대로 문장 속에 이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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