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가 갈 수 없는 세계
은유 따위는 입술에 닿기 도전에.
https://www.youtube.com/watch?v=DrgI8sWnC4Y&list=PLppVAByvRddUENQPuuFFhhGtTA12ienLJ&index=6
은유는 언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장 정교한 방패이자 가장 오래된 미끼다. 인간은 불안을 마주할 때 곧장 직설의 칼을 빼어드는 대신, 다른 사물의 껍질을 빌려 감정을 숨겼다. 바람을 사랑이라 부르고, 계절을 이별에 비유하며, 낡은 의자를 존재의 은둔처로 꾸며냈다. 그 속임수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은유가 없다면 삶은 너무나 날것의 상태로 드러나 버려, 손으로 잡기도 전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은유로는 결코 건너갈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존재한다. 언어가 그곳에 닿지 못하고, 비유조차 손을 내밀지 못하는 장소. 그곳에서 인간은 불가피하게 말의 무력함을 체험한다.
은유가 무력해지는 세계는 언제나 극단에서 등장한다. 출산 직후의 피비린내 나는 방, 갑작스런 죽음이 찾아온 장례식장, 타인의 살갗과 접촉하는 그 벗은 순간, 혹은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텅 빈 새벽의 아파트 거실 같은 곳. 은유를 빌리려는 순간, 그것은 오히려 더 큰 거짓이 된다. 그때 인간은 깨닫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음을. 세계가 주는 감각이 너무 절대적이어서, 다른 사물에 기대는 비유는 모두 형편없는 연극처럼 보인다.
한 병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낮 동안 쌓였던 소독약 냄새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공기 속에 매달려 있었다. 침대 위의 노인은 눈꺼풀을 가볍게 떨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모니터에 새겨진 숫자는 점점 일정한 리듬을 잃어갔다. 의사의 손가락이 맥박을 짚는 순간, 곁에 있던 가족들의 시선은 일제히 모니터로 쏠렸다. 그리고 한순간, 파도처럼 밀려오던 숫자와 소리가 끊겼다. 방 안의 모든 사물은 마치 누군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춰 섰다.
이때 필요한 말은 단 하나였다. “숨이 멈췄습니다.” 그것 외의 어떤 말도 환영처럼 허망했다. “여행을 떠나셨다”는 말은 죽음을 너무 밝게 포장했고, “불이 꺼진 등불 같다”는 말은 지나치게 장식적이었다. 은유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죽음은 오직 죽음으로만, 단어 자체로만 존재했다. 은유가 끼어드는 순간, 방 안의 공기는 더욱 차갑게 가라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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