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꽃.
세계가 흔들리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https://www.youtube.com/watch?v=MV29bkIp5yg
경계는 선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에 의해 그어진 단순한 구분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선 위에 무수한 감각과 감정이 축적된 결절이다. 지도 위의 국경선이 직선처럼 매끄럽게 긋더라도, 그 선은 언제나 진동한다. 서로 다른 언어가 맞부딪히는 소리, 냄새와 색채가 교차하는 공기, 그곳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발걸음의 그림자가 층층이 쌓여 있다. 경계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과잉된 장소다. 바로 그곳에서 환유가 피어난다.
환유란 본래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대신 부르는 언어의 장치지만, 실은 언어를 넘어 삶 전체를 지배하는 은밀한 원리다. 어떤 이의 얼굴이 다른 이를 떠올리게 하고, 오래된 집의 나무 냄새가 어린 시절의 여름으로 문을 열듯, 환유는 언제나 경계에서 움튼다. 서로 맞닿은 두 세계 사이, 혹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틈에서 그것은 꽃처럼 피어난다.
물과 육지의 경계
파도는 해안선을 끊임없이 고쳐 쓴다. 모래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 몇 초 만에 지워지듯, 경계는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물과 육지는 정확히 분리되지 않고, 잠시 뒤엉킨 채 흔적을 남긴다. 조개껍질 하나가 육지의 기억을 품고 파도에 떠내려가고, 반대로 물결이 가져온 해초가 바닷바람에 말라 육지의 일부가 된다.
그곳에서 환유가 시작된다. 바다를 바라보는 이는 실제로는 육지를 떠올리고, 해안의 바람 속에서 육지의 먼지가 희미하게 섞인다. 바다는 육지의 은유가 되고, 육지는 바다의 환유가 된다. 그 둘은 서로를 닮아가는 방식으로만 존재한다. 경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낮과 밤의 경계
황혼은 결코 단순한 시간대가 아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경계 위에서 빛은 기묘하게 흩어진다. 건물의 유리창에는 아직 햇빛이 남아 있으나, 골목은 이미 그림자에 잠긴다. 길고양이는 밤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낮의 따스한 잔광에 몸을 비빈다.
이 애매한 순간에 사람들은 유독 과거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꿈꾼다. 노을은 특정한 사건을 불러내는 환유의 촉매다. 붉게 타는 하늘은 한때의 사랑이나 오래된 이별, 혹은 잊힌 약속을 다시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낮의 끝과 밤의 시작, 그 경계에서 환유는 가장 강렬한 형태로 터져 나온다. 낮을 보며 밤을 생각하고,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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