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 finale.

목의 비밀.

by 적적

초커, 억압과 욕망의 환유


https://www.youtube.com/watch?v=V7WtZRYFipk&list=PLlPzqLiDlqjfyXPXsK4-Qi2boeiS6-6GG&index=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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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벨벳초커를 두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잘라낸 말의 잔여이자 아직 발화되지 않은 감정의 결절처럼 보였다. 초커의 표면은 매끈하고 깊은 검정으로 빛났으며, 조명의 각도에 따라 미묘한 음영을 드러냈다. 그것은 흔한 액세서리였지만 동시에 어떤 금기의 표식 같았다. 마치 하나의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듯, 초커는 목을 둘러싼 살과 직접적인 노출 사이에 세워진 은유의 경계였다.


환유는 언제나 그렇게 작동한다. 직접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거나, 정면으로 마주하기에는 위험한 것을 다른 대상으로 비껴 말한다. 초커는 그녀의 목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더 강렬히 목을 상기시킨다. 검은 끈이 감싼 살갗은 억눌린 듯, 동시에 강조된 듯, 목소리 이전의 숨결을 묘하게 부각시킨다. 그것은 마치 비밀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가려놓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드러냄의 반대편에서 발현되는 드러냄, 그것이 환유의 본질이었다.



검은 벨벳은 부드럽지만 차갑게 보인다. 빛을 흡수하는 듯한 질감은 손끝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촉각을 자극한다. 목에 감긴 그 짧은 천 조각은, 낡은 연극 무대 위에서 배우가 쓰던 소품 같기도 하고, 오래된 초상화 속 귀족 여인의 상징 같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클럽의 어두운 조명 아래 서 있는 어떤 젊은 여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일한 사물은 시대와 맥락에 따라 무한히 다른 얼굴을 한다. 초커는 과거의 우아함과 현재의 관능을 함께 품으며, 그 자체로 환유적 장치가 된다.



직접적이지 않은 말들은 언제나 다른 무언가를 불러내며 그 부재를 은밀히 증명한다. 연인이 떠났다고 말하지 않아도, 비어 있는 커피잔이나 옷걸이에 걸린 외투 하나만으로도 그 부재는 증명된다. 환유는 결핍을 가리키면서 동시에 그것을 채워 넣는다. 초커는 목을 감추지만, 그 감춤을 통해 목을 더 강렬히 드러낸다.



어떤 장식품은 주인을 설명하지 않고도 주인의 삶 전체를 암시한다. 검은 초커는 단순한 취향의 표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어이자 세계관처럼 느껴진다. 목은 신체의 중심에 위치하지만, 동시에 가장 연약한 부분이다. 숨이 지나는 길, 말이 만들어지는 통로, 그리고 사랑의 순간에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위. 초커는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휘감는다. 그것은 보호일 수도 있고, 억압일 수도 있으며, 혹은 도발일 수도 있다. 해석은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진다. 바로 그 지점에서 환유는 살아난다.



검은 벨벳초커는 종종 목을 잘라낸 단두대의 상징으로 읽히기도 했다. 프랑스혁명의 피비린내 나는 광장에서, 귀족 여성들이 단두대에 오르며 마지막으로 남긴 패션이라 전해진다. 이후 유럽 사회에서 초커는 일종의 ‘죽음을 기억하는 목걸이’로, 혹은 단절과 단속의 기호로 읽혔다. 하지만 그것이 시간이 흘러 클럽의 네온 불빛 아래, 혹은 인스타그램의 사진 속에서 다시 태어날 때, 초커는 전혀 다른 환유로 기능한다. 그것은 더 이상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도발적 과장, 혹은 목을 중심으로 한 관능의 초점이 된다. 같은 사물이 시대와 상황 속에서 끝없이 다른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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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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