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통장정리처럼 짧고.
화요일이 금요일 같고 수요일이, 목요일이. 금요일 같았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자 제멋대로 토요일이라며 샤워를 하고 도대체 수염은 왜 있는 건가 하고 중얼거리며 면도를 합니다. 얼굴은 마치 청소해도 티 하나 나지 않지만, 하루라도 미뤄두면 금방 더럽고 지저분하고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집안처럼 지저분해지니 말이죠.
누구처럼 멋지게 자라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더 정확히 말하면 거울 속의 사내에게 하소연을 하다 면도날에 베었습니다. 피를 채워 넣은 물풍선처럼 피가 흐릅니다. 당황피 않고 손으로 꾸욱 누르고 있으면 잠시 뒤 멈춥니다. 그럴 줄 알았지, 하며 따가운 살갗을 닦아내며 또 혼잣말.
샤워를 마치고 반창고를 붙일까 하다 너무 작은 상처에 붙일 반창고를 찾다가 포기해 버립니다. 그냥 연고를 바르며 바람이 상처를 낫게 해 줄 거야라고 위로합니다.
아 오늘은 산책을 안 했구나 젖은 머리는 드라이로 찬바람을 일으켜 머릿속까지 말립니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머리를 말립니다. 손가락으로 머릿속부터 쓸어 넘기며 머리를 정돈합니다.
머리를 짧게 자를까 생각해 봅니다. 좀 있으면 추워질 텐데...
머리가 짧으면 더 못생겨질 텐데.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알게 되었어요.
우와 오늘이 토요일이어쓰 쿄쿄쿄
깊은 새벽에 한차례 쏟아진 빗줄기 소리를 듣고 잠시 뒤척였습니다. 그때 모란은 새로 사 온 장난감을 마구 흔들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빗소린지 머뭇거렸죠
햇살이 길가의 깨진 유리병의 단면처럼 날카로운 토요일이 지나고
하지만 일요일입니다.
오늘만 잘 버티면 되는….
햇살에도 빗물에도 베이지 않기를
반창고도 붙이지 못할 작은 상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