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뼈가 드러나지 않도록 붙드는 미세한 살결에 대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e2G8EWy-plM&list=PLr-tJJ74s-sR2HmqZUr0qv0k7s0fgl0Tb&index=16
조사는 의미의 핏줄이다. 문장 속을 흐르며 방향을 제시하고 고개를 틀게 한다. 몸이 바다에 잠기기 직전에 손끝에서 마지막으로 놓지 않는 닻처럼, 조사 하나가 문장을 가라앉히지 않도록 지탱한다. 언뜻 작은 장식처럼 보인다. 입술을 스치고 지나가며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빠지면 문장은 타오르지 않고 흔들린다. 숨이 멎는 순간처럼 멈칫거리고, 침몰 직전의 배 같다. 의미가 차오르지 못한 채 아래로 가라앉는다.
문장을 건네는 일은 오래된 항해 같다. 항해자는 늘 방향을 잃는다. 바다는 언제나 낯설다. 풍경은 변하지 않는 듯 보이나, 파도와 바람은 매 순간 새로운 얼굴을 내민다. 조사라는 닻은 문장을 일정한 지점에 붙든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려주고,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가늠하게 한다. 닻이 없는 배는 바람의 노예가 된다. 문장이 검은 물 위에 둥둥 떠 있다가 어느새 돌부리에 부딪힌다. 독자의 시선은 떠다니는 막대기처럼 던져지고, 의미는 조각난 조개껍데기처럼 부서진다.
좁은 골목 끝에서 오래된 표지판이 빛바래게 흔들린다. 기름 냄새가 배어 있는 금속, 손때가 묻은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작은 가게. 유리창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 뒤섞인 웃음과 뜨거운 국물의 냄새. 이 풍경 속에서 조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말이 태어날 때, 혀끝에서 조사들이 먼저 깃발을 올린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향하는지, 어떤 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 가게 주인이 건네는 한마디 속에서, 국물 속에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간 속에서, 조사는 보이지 않지만 흐른다. 살결을 스치는 따스함처럼 존재한다.
문장은 감정의 항구다. 항구는 언제나 불안하다. 떠나려는 배와 돌아오는 배, 맞물리는 닻줄, 새벽의 물안개, 멀리서 울리는 기적 소리. 조사가 빠진 문장은 항구의 줄을 모두 끊어버린다. 감정이 닿아야 할 곳을 잃는다. 길을 잃은 고래처럼 헤맨다. 눈앞의 단어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충돌한다. 문장이 쓰러진다. 의미가 맥없이 주저앉는다.
조사가 없는 말은 맨발이다. 유리조각이 흩어진 골목을 걷는 살점 같은 문장. 의미의 피부가 찢기고, 피가 번진다. 독자는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며 걸음을 멈춘다. 무언가 놓쳤다는 느낌. 미묘한 공백. 그러다 마음이 걸려 넘어지는 자리. 그곳에 조사가 있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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