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을 해버렸다
Sati [싸띠]
기억, 주의, 염(念), 알아차림
지난 주말 명상 수업 가는길. 20분즈음 늦을 것만 같았다.
수업에 일찍 도착해서 차분하게 매트를 깔아두고, 조용히 몸을 풀며, 요가원의 예쁜 창밖을 바라보며 나에게 그 시간 자체에 몰입할 시간을 주는 나만의 작은 의식..은 커녕, 명상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부산스럽게 입장. 하게 생겼다.
핸드폰만 계속 들여다보면서,
늦었다. 왜 늦었을까. 지도앱을 켜서 머리속으로 도착 시간을 몇번이고 계산하며, 버스는 왜이리 늦게 오는지 (평소엔 2-3분이면 잘만 오던 버스가 8분뒤 도착이란다), 택시를 왜 타지 않았는지(순간의 선택을 후회하기도하고), 오늘따라 왜이렇게 길에 차가 많은지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조마조마했다.
그러다 문득 누굴 탓해 늦게나온 내가 잘못이지하고 어느새 자책을 하며, 기운을 잔뜩 뺐고, 축 쳐졌다.
자책의 순간에 알아차림 시도하기
선생님이라면 뭐라고 하셨을까. 지금 이 순간 어떤 기분을 느낄지는 온전히 내 선택이라고 하시겠지. 초조해하며 입술을 물어 뜯고, 자책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길 내내 나를 벌할지, 이왕 늦은거 예쁜 창밖을 바라보고, 가을 바람을 맞으며, 그 순간을 즐길지는 내가 결정하는거라고, 지각이 무어라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느냐고. 무엇이 불안해서, 어떤 불이익이 있느냐고, 그리고 그 부정적인 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나만의 환상은 아닌지 생각해보자고, 명상은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거라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빌어 그렇게 내가 나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초조해 하는 버릇, 습관
그렇게 안정을 찾고 창밖을 내다보는 일도 잠시 알아차림 이후에 여유의 공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찰나로 지나가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불안과 초조, 조급함의 습관은 어디서 온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자마자 첫회사의 팀장님, 무서웠던 선생님, 1분 1초도 약속에 늦는 법을 용납하지 않았던 이런 저런 사람들이 스쳐갔다. 그들의 못마땅해하는 표정, 싸늘한 말투, 그안에서 눈치를 살피는 내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희미하게 깨달았다. 그 모든 순간 속엔 남들이 가득할뿐, 나는 없었다.
내 시선을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타인으로부터의 수 많은 자극으로 인해 오랫동안 형성되 온 습관들. 내가 나를 벌하며 자책하는 수많은 작은 버릇과 습관들을 하루 아침에 바꿀수는 없다. 다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 내 시선이 향해있는 방향을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에게로 옮겨오는 순간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있는 내 무의식의 흐름속에 드디어 나의 공간이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에서야 비로소 나를 바로세우는 중!
p.s
그리고 정말로 좋은 점은, No해야 할 때 정말로 No할 수 있게되었다는 것,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면서 놓칠까 불안해 했던 수많은 선택지를 시원하게 내려놓게 되는 중이라는 것!
오늘 출근길엔, 백예린 예약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태어나 우리에게까지 온 건지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