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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종결자 Mar 22. 2019

둘도 없이 유명한 옥토버페스트의 비하인드 스토리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는 누가 뭐래도 옥토버페스트다. 뮌헨에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옥토버페스트 가보셨어요?’인 것이 당연했다. 이 축제가 열리는 9월이면 이미 몇 주전부터 뮌헨의 숙소는 모두 예약이 완료된다. 축제에 입고 가는 바이에른 전통 의상 딘들과 레더호젠은 그리 싼 가격이 아님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사실 비슷한 기간에 같은 이름으로 다른 도시에서도 맥주 축제가 열리는데 뮌헨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독일인들 중에는 일부러 다른 소도시의 맥주 축제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2017년 기준 통계를 보면 약 2주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 소비되는 맥주량이 7천5백만 리터, 총방문객이 6천2백만 명 이란다. 방문객들이 훔치려다 회수당한 맥주 머그잔만도 무려 12만 개다. 1300개의 여권이 분실되었고 누군가 잃어버린 휴대폰 520개가 물품 보관소에 들어왔으며 심지어 이 곳에 수집된 가죽 바지도 몇 벌이나 되었단다. 황소 127마리와 어린 소 57마리, 약 백만이 넘는 닭이 축제 음식물로 희생되었다. 

오후 12시부터 취해 널브러진 민폐 취객 

오전 10시 맥주 텐트가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쏟아진다. 유명한 맥주 텐트의 경우 테이블을 잡는 것이 워낙 어렵다 보니 텐트가 열리기도 전에 미리 줄을 서 있는 방문객도 아주 많다. 줄 서는 순간부터 음주는 시작된다. 처음 맥주 통을 열고 따르는 술은 이후 맥주보다 도수가 약간 높아 일부러 센 맥주를 마시기 위해 일찍 오는 사람도 많다. 이러니 개장 후 한두 시간만 지나면 여기저기 취객이 좀비처럼 증식한다. 이 취객의 수준은 가히 금요일 새벽 홍대에 있는 만취 젊은이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거리에 쓰러져 본인 바지에 소변을 보는 사람, 의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다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도미노처럼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사람들은 애교! 본인의 주량을 과대평가하여 1리터짜리 마스 몇 잔을 폭풍처럼 들이켠 후 기절해 구급차에 끌려가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잔디밭이나 텐트 뒤에서 19금 액션을 즐기는 사람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보는 예쁘고 즐거운 축제 사진을 보고 방문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실제 벌어지는 행태에 적잖이 놀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안전을 언제나 가장 우선으로 두는 독일이라 축제 곳곳에 경찰과 구급 대원들이 항시 대기 중이라는 점. 2018년 이후에는 보안과 안전 문제가 더욱 이슈화되어 축제장으로 쫓겨나거나 입장이 금지되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맥주를 부르는 노래독일의 트로트 슐라거

축제에 가면 모든 독일 사람들이 신나게 따라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슐라거(Schlager)라는 음악이다. 단일한 리듬과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형태의 음악으로 독일 컨트리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단순한 리듬과 멜로디만큼이나 가사도 무척 단순하다. 대게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상투적인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다루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딱 트로트다. 이 음악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많이 유입된 미국 대중문화와 로큰롤(Rock and Roll)에 대한 반발에서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도 한다. 

실력 좋은 슐라거 음악 밴드는 지역에 있는 행사만 쫓아다녀도 꽤나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독일에서 다른 팝 음악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덕에 행사는 거의 슐라거를 전문으로 하는 그룹이나 커버 밴드(Cover band)가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반드시 나오는 선곡 중 하나는 바로 아인 프로싯(ein Prosit, 건배!)이라는 노래이다. 맥주 축제에서는 이 노래가 거의 20분 간격으로 반복하여 나오는데 그 이유는 노래의 가사가 맥주를 더 많이 마시도록 적극 장려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음주용 음악이다. 이 음악이 들리면 독일인들은 하던 대화를 멈추고 바로 따라 부른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면 자리에서 무거운 몸을 들고일어나 테이블 또는 의자 위에 올라가 노래를 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후렴구의 가사에 맞춰 모두가 ‘술을 따르고, 마시고, 술을 따르고, 마시고!’를 외치다 마지막 부분에 가수가 ‘프로스트!’를 외치면 일제히 자신이 들고 있던 맥주잔을 허공에 높이 올려 ‘프로스트!’로 응답하고는 맥주잔을 단숨에 비워 버린다.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맥주를 원샷하고 나면 어느새 모두가 취해 한 마음이 된다. 맥주 축제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만큼은 외우고 갔으면 좋겠다. 아무렴, 모두와 함께 노래하며 마시는 맥주 맛이 훨씬 좋지 않은가.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뮌헨 산’ 맥주만 판매된다. 

독일에서 가장 큰 맥주 페스티벌이지만 모든 독일산 맥주가 아니라, 뮌헨 맥주만 판매된다. 뮌헨에서 ‘Big Six’라 불리는 크고 유명한 양조장이 여섯 곳이 있다.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아우구스티너(Augustiner), 규모는 여섯 개 중 제일 작지만 뮌헨 시내 중심가에 비어가든이 있어 유명한 호프브로이(Hofbräu), 가장 최근에 설립되어 독특한 맛으로 인기가 많은 파울라너(Paulaner), 학커-프쇼르(Hacker Pschorr), 사자 모양 로고로 잘 알려진 뢰벤브로이(Löwenbräu), 뮌헨에서 가장 큰 양조장인 슈파텐(Spaten)이다. 각 맥주 양조장 특성에 맞게 맥주 텐트의 분위기와 디자인, 연령층도 다르니 그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축제의 묘미다.


독일에도 존재하는 축제 가격 덤터기 

평소에 5천 원 하던 커피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만 원으로 껑충 뛰어버리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옥토버페스트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음식은 모두 시중가보다 비싸다. 독일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캐러멜 입힌 견과류는 한 주먹 거리밖에 안 되는 200g에 평소 두 배 가격인 8유로로 올라간다. 초콜릿을 입힌 과일 꼬치와 피자 한 조각도 6유로가 넘는다. 텐트 내 맥주는 해당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비어가든이나 식당의 맥주보다 기본 2유로 이상 비싸다. 식료품 가격이 몇 년째 오르지 않기로 유명한 독일이지만, 축제의 맥주 가격은 매년 조금씩 올라서 2017년에는 처음으로 한 잔당 10유로를 넘기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축제에서 하루 놀다 보면 10만 원 쓰는 것은 일도 아니다. 호주에서 온 친구 한 명이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기 위해 3박 4일 뮌헨으로 여행을 왔다. 하루에 100유로를 쓸 요량으로 미리 400유로를 뽑아 왔는데, 첫날 그 돈을 모두 써버렸다. 물론 자신도 그 돈이 도대체 어떻게 다 사라진 것인지 모르겠단다. 독일에서는 대개 5~10% 정도 팁을 준다. 맥주 한 잔과 브레첼을 사면 어느덧 16유로, 팁까지 포함하여 18유로 정도 주는 것이 적당하다. 문제는 우리에게 그런 잔돈이 없다는 것. 20유로를 주면 너무 바쁜 나머지 혹은 의도적인 팁으로 여겨 잔돈을 주지 않는 웨이트리스가 있다. 술이 거하게 취하면 본인도 계산이 잘 안되어 그냥 아무렇게나 돈을 주고 잔돈을 가지라고 하는 사람도 흔하다. 잔돈을 재깍재깍 안 줘도 따질 시간도 여유도 없으니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이라면 미리 잔돈을 많이 준비해 가기를 추천한다.

옥토버페스트 웨이터는 2 동안  돈으로 세계여행도 가능하다고? 

옥토버페스트의 상징 중 하나는 바로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전통 의상 딘들을 입고 양 손에 1리터짜리 맥주잔 6~8개를 양 손에 쥔 채 바삐 걸어 다니는 웨이트리스들이다. 맥주 한 잔씩만 들어도 워낙 머그잔의 무게가 무거워 손목이 뻐근한데, 심지어 여러 잔을 들고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을 꼬박 복잡한 텐트를 걸어 다니면서도 미소로 응답하는 직원들을 보면 ‘역시 내 몸은 저질 체력이었어...’ 하는 자조적인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든 직업이지만 이때 일을 하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이 워낙 많아, 이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물론 그 이유는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맥주 텐트에서 일하는 웨이터는 총 기간에 2만 유로를 번다고 할 정도다. 옥토버페스트에서 일하는 직원의 급여는 고정이 아니라 인센티브제로 운영되는데, 해당 서빙 직원이 담당하는 텐트 구역에서 주문받는 맥주 한 잔 가격의 9~10%를 받는 조건이다. 보통 한 명의 직원이 네 개의 긴 테이블을 담당하는데, 맡은 테이블에 앉은 손님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바에서 판매가의 90%를 주고 맥주를 산 뒤, 그 맥주를 손님에게 재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더불어 손님들에게 받는 팁은 온전히 그녀들의 것이 된다. 수입이 자신의 역량에 달려있으니 더 분주히, 더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술 취한 남자 관광객이 가장 팁을 많이 주고, 어린 여자 관광객들이 가장 팁을 짜게 주기로 유명해서인지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문객은 호주나 미국에서 온 남자 그룹이라는 소문도 있다


게이의 날이 있다

일반적으로 축제 시작 후 첫 번째 일요일이 바로 게이들의 옥토버페스트 날이다. 공식적인 명칭은 ‘로사 비즌(Rosa Wiesn)’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 게이들이 초청받는 한 텐트에서 일요일 오전부터 다 같이 축제를 즐긴다. 드레스 코드는 매년 바뀌지만 이름처럼 기본적으로는 핑크색 셔츠와 레더호젠(Lederhosen, 가죽바지)을 입는다. 물론 배타적인 파티이므로 예약 후 초대를 받아야 참여할 수 있다. 웃통을 벗지 않는 등 다른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규칙도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하면 좋겠다. (http://www.rosawies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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