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진실의 흔적을 추적하다
서울 강남구 드림건설 본사 10층. 서버실 내부. 정문기 과장이 급하게 외장 하드를 연결하고 있다. 지반 데이터, 시공 계획 변경 이력, 위험 보고서 등 수많은 파일이 복구되고 있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심대표가 들어선다
심대표 (날카롭게) 정문기 과장. 당신,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정문기 (놀라서 돌아보며) 대표님. 더는 안 됩니다. 이건 사람이 죽는 일입니다
심대표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잊었어요? 지금 이 파일 하나 잘못 나가면 우린 다 끝장이에요
정문기 이미 끝장났습니다. 플랫폼 밑이 무너지고, 열차가 떨어졌습니다. 근데 그걸 덮겠다고요?
심대표가 정문기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목소리는 낮지만 서늘하다
심대표 당신이 알아야 할 건 딱 하나야. 건설은 ‘현실’이야. 꿈을 짓는 게 아니라, 빚을 메우는 일이에요
정문기 (고개를 숙이다가, 갑자기 담담하게) 전 이 서버 전체를 복사해 언론에 넘길 겁니다
심대표 (비웃으며) 당신이 아닌 나만 정리할 수 있어요
정문기 그건 제 몫이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순간, 뒤편의 보안경보음이 울린다. 누군가 서버 접근 시도를 감지한 것. 보안요원들이 달려 들어온다
심대표 이 사람 끌어내세요. 스파이활동 여부 감찰 시키세요
정문기가 복사 버튼을 누르며 USB를 뽑는다. 보안요원들이 정문기가 복사한 외장하드를 압수한다. 끌고 나가려고 양쪽에서 팔을 붙든다
정문기 (심대표를 향해) 우린 지금, 서울을 무너뜨렸어요. 지금부터라도 멈춰야 합니다
심대표가 정문기의 외장하드를 보안요원으로부터 돌려받는다
정문기 당신이 덮으려 했던 것, 이제 모두 드러날 겁니다. 잠일역만이 아닙니다. 드림타워 역시, 균열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때 터널 공사 중 지하수가 터져 나왔을 때, 이미 기반이 흔들렸어요. 그걸 알고도 123층 타워를 밀어붙였죠.
심대표 그런 일은 없을 거고 없어야 해요. 아무도 모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