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을 찾아라
작년 5월 현장체험학습(봄 소풍)이 있던 날이다.
오후 3시쯤 되니 돌봄 교실로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잠깐 눈을 붙였을 법도 한데, 아이들은 오히려 더 에너지가 넘쳤다.
"재밌게 놀다 왔니?"
"네~ 엄청 재밌었어요!"
"선생님, 저 김밥 남았어요."
"전 과자도 있어요."
"저는 오렌지 가져왔는데 조금 터졌어요."
"여기 돗자리 펴도 돼요? 펴요. 펴요... 네에?"
아이들은 소풍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너나 할 것 없이 조른다.
"그래, 그럼 우리 한 번 더 피크닉 할까?"
알록달록한 돗자리가 펼쳐지고, 도시락통과 간식들이 하나둘 돗자리 위에 올려졌다.
돌봄 교실에서도 소풍의 여운이 그대로 이어진다.
- 야, 이거 먹어봐. 우리 엄마가 만든 거야. 진짜 맛있어
- 우와, 김치볶음밥이야? 냄새 대박
- 난 치킨이다. 근데 한 조각만 남았어.
- 에이~~ 좀 남겨오지
- 우리 여기서 먹으니까 더 맛있지?
- 응, 오붓하고 너무 좋지?
도시락이 오가고, 간식이 나뉘고, 아이들만의 귀여운 음식 리뷰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외친다.
"보물찾기 할 사람~"
"나"
"나도 할래"
"선생님도! 같이 해요"
"보물은 뭐로 할 거야? 쪽지요?"
난 구분하기 좋게 색종이를 나눠주었다.
보물에 우리 미션도 적어서 넣자."
한 아이가 제안을 한다.
"오~~~ 그거 좋다."
"미션엔 뭘 적을까?"
"각자 적어서 낼까?"
각자 흩어져서 미션을 적느라 킥킥 거린다.
각자 미션을 적어서 낸 후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친구부터 보물을 숨기기로 했다.
"하나, 둘, 셋... 열!"
눈을 꼭 감은 아이들 틈에서 숨기기로 된 친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사물함, 책장, 옷장, 교구함 사이를 오간다. 숨죽인 발소리와 웃음소리가 퍼진다.
"열~ 이제 눈 떠!"
우르르 책상 아래, 교구함 뒤, 사물함 속, 책꽂이, 교실 구석구석을 뒤진다.
"나 찾았다!"
"야 펼쳐봐 뭐라고 적었는지..."
"아니다. 다 찾고 나서 열어보자."
"어디 있는데 어디? 힌트 줘봐! 힌트"
"음... 미션임파서블 난이도임!"
누군가는 보물을 찾아 어깨를 으쓱이고, 누군가는 아쉽다며 웃고, 그러면서도 다시 눈이 반짝인다.
"이번엔 선생님 차례요."
"선생님은 맨날 이상한 데 숨겨서 어려워요."
"우리 다 눈 감았어요! 얼른요!"
"너네 곁눈질로 보고 있는 거 선생님 다 보이거든?
꼭 감아라."
숫자를 세는 소리에 나도 슬쩍 책꽂이 사이에 쪽지를 끼워 넣는다. 숨길 땐 나도 아이처럼 웃음이 났다.
8명의 보물쪽지를 다 찾은 후 각자 열어보니 적힌 미션들은 이러했다.
- 엉덩이로 이름 쓰기
- 친구가 시키는 심부름 한 개 해주기
- 선생님 어깨 주물러 주기
- 소꿉놀이할 때 엄마하기
- 동물 흉내 내기
- 코끼리코 5바퀴 돌기
- 물티슈로 친구 손 닦아 주기
- 노래하기
찾은 보물을 한 장씩 펼쳐질 때마다 손뼉 치고 자지러지게 웃느라 난리다.
선생님이 적은 미션은 이랬다.
- 집에 가면 샤워하고 양치질 꼭 하고 푹 잠자기
"에~~ 이 너무 시시해요."
아이들은 나의 미션은 너무 시시하다고 한다.
사실 딱히 미션이 생각나지 않기도 했다.
문득, 유년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소풍 가는 전날 밤, 내일 비가 올까 걱정하며 잠들었던 날들, 소풍 가서는 수건 돌리기, 보물 찾기를 하며 친구들과 깔깔 웃던 모습. 그날만은 두둑하게 받은 용돈으로 장난감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추억을.
얘들아, 선생님도 예전엔 너희처럼 천진난만한 어린이였단다.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봄편은 여기서 마무리하며 여름편 "아이들의 여름은 더 뜨겁다지요."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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