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아라풀 Dec 17. 2020

그냥 해봐

니가 늘 하는 말이잖아.

늦가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한 햇살이 바닷가 앞 카페를 비춰주고 있었다.

그와 나는 목적지 없이 며칠째 동해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한껏 여유로움을 담아 걷다가 들어간 어느 찻집.

통유리 너머 바다를 걷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의미있는 걷기를 생각하고 있어."

"그냥 해봐."


걷는 것이 좋아 산에 이르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보니 나에게만 좋은 이 걸음이 누군가에게도 의미가 있으면 어떨까 물었다.


그가 말한다.

"일단 이것 저것 재지말고 뭐든 해봐."

의미를 찾느라 니가 좋아하는 걷기의 본질에 벗어나지 말고 그냥 해보라고.

하다보면 의미가 생기지 않겠냐고.


지금껏 살면서 내가 이땅에 버린 쓰레기를 주우면서 걸어볼까?

그게 하나든 몇개든 일단 쓰레기봉투부터 사자.


발자취를 남기는 삶이 아니라 그냥 뭐든 시작부터 해보라는 그의 말이 와 닿는다.

바닷가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던 늦가을 울진 카페에서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 길을 나서는거다.

당장

 

작가의 이전글 완벽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