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손도손 이야기

그녀의 밤과 그녀의 아침

by 김나라 NARA

김손도손 이야기

3. 그녀의 밤과 그녀의 아침


나는 프리랜서고 유림은 회사원이다. 회사원과 프리랜서가 만나면 집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는 각각 다른 시간대의 집을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싸울 일이 많지 않았다.


유림은 이른 아침 일어나 출근길에 나서서 밤늦게 들어오곤 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오전 7시에 집을 나서는 날도 많았다. 야근이 많은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퇴근 후 오후 10시쯤 집에 와서 거실 테이블에 앉아 늦은 저녁과 함께 맥주나 와인으로 반주를 했다.


“나왔어~”


유림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꼭 한바탕 세수를 한다. 세수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어야 비로소 쉬는 느낌이란다. 나는 씻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사람인데. 심지어 외출복을 입고도 자기 직전까지 편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 이런 유림의 부지런함이 신기했다. 물론 이 사람이 부지런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케이 구글, 재즈 틀어줘!”


-요청하신 음악을 재생합니다


우리 집 애장품 1호 구글홈(Google home)이 음악을 틀어준다. 한번 요청하면 유튜브 알고리즘대로 음악을 끝없이 틀어주는데 항상 도중에 쳇베이커가 나온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탓에 더 좋은 음질의 스피커를 이놈이 대체하고 말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으면서 음악을 틀어 달라고 말하면 곧바로 집안이 음악으로 채워지는 것이 참 요긴하다. 좋은 세상.


유림이 물기로 헤집어진 앞머리와 로션도 안바른 뽀송한 얼굴로 나와서 우니(고양이)를 덥썩 껴안고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서 헤헤-하며 온다. 나는 하던 노트북을 들고 거실 테이블 맞은편 자리를 지켜주었다.


“이그.. 로션 좀 바르라니까!”

잔소리를 무시한 채 유림이 우니의 털에 연신 볼을 부빈다.


“너는 왜이렇게 예뻐? 우니야? 응? 너무 예쁘다 너 !!”


신난 직장인의 엉덩이. 빠져나가고 싶어 하는 고양이.



왜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냐며 괜히 입술을 삐죽 대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함께 건배를 해준다. 금세 피곤해 하는 모습. 직장인의 밤은 맥주 거품이 꺼지는 속도만큼 짧다.




*



나는 남들보다 늦은 기상을 하므로 밀려있는 연락 확인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아이폰에는 <수면 모드> 라는 것이 있다. 수면 모드가 작동하는 동안만 모든 알람을 가려두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알기 전까지는 24시간 내내 울리는 각종 알람에 심장이 너무 크게 두근거려서 잠을 잘 수 없던 상태까지 갔었다.


아빠를 닮아 잠귀가 밝고 예민한 체질을 타고났다.

최근에는 이 기능을 통해 나름대로 수면의 질을 향상하고있다.



오전 9시. 주식시장이 오픈 하는 시간에 잠시 눈을 부릅뜨고 차트를 본다. 장 초반 기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부업이므로 매매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체크만 한 다음 밀린 인스타그램 알람들과 인사이트, 메일 등을 확인한다. 해외에 있는 브랜드와도 일하다 보니 보통 새벽에 메일이 와있다.


출퇴근이 없기에 나는 자신을 프리랜서라 부른다. 졸업 후 일이 없는 날 편히 쉬어본 기억이 없다. 쳇바퀴를 내내 움직여야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출퇴근이 없다는 것은 길게 바닥에 늘어져 있는 시간을 스스로 붙잡아 탱탱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부채감’이다.


휴대폰을 붙들고 다시 잠든다. 이 시간대가 가장 달콤하면서 불안정한 수면 시간이다. 이때는 주로 일과 관련된 꿈을 꾼다. 다른 이들은 일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눈을 뜨면 일 관련 연락이 와있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더 눈을 감고 있을 수 있지? 곧 전화가 오겠군. 심장이 아프게 죄여 있다.




11시 즈음 다시 일어나 발밑에서 누워있는 우니를 꽉 껴안고 품속에서 빠져나가는 온기를 느끼며 몸을 깨운다. 아- 우니 밥 줘야 하는데.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나와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나면 집에는 사람 하나, 고양이 하나가 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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