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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by 기면민

서른이 다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여드름이 난다. 깨끗이 세안하고 고름을 짜냈는데도 왠지 더 울긋불긋하다. 관리를 해도 이 꼴이라는 사실에 북받쳐 더 건드려보지만 흉터만 늘어날 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얼굴이 깨끗해진다.


누군가와 다툴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감정이 격해졌을 때 어떻게든 풀어보려 할수록 얼굴은 더욱 울긋불긋하다.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가 지나면 감정이 누그러져 서로를 깨끗한 얼굴로 마주할 수 있다.


지난주, 오밤중에 윗집에서 부모와 자식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대화를 할수록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들이 서로에게 시간을 주었다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무언가를 했을 때 점점 나빠지는 것만 같다면 시간을 가져보자. 세상엔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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