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 위대한 사랑꾼이여

「위대한 개츠비」 서평

by 산문꾼
Photo by Kyle Wong on Unsplash


"~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는 연극, 문학, 음악, 회화에서 표현의 동기가 되는 주제 및 중심사상을 일컫는 표현이다. 즉, 영감을 얻을만한 동기이며 어제의 모티브는 오늘날의 거울이다. 개츠비는 낭만의 모티브이자, 오늘날 이상형의 그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순수한 가치를 동경하고, 낭만에 익숙해져 왔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신분, 경제력, 혈연의 경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배웠다. 이는 어쩌면 우리에게 극복의 의무감을 심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 근거는 낭만주의에 뿌리를 두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은 삶의 주연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즉, 현실적 장벽 앞에서 사랑을 포기하는 행위는 주인공답지 않고, 속물적이며, 비겁한 변명 같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낭만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만 할 것 같다. 여기 한 남자의 낭만적 삶이 있으니, 조심히 거울 속을 들여다보자.


개츠비는 엄청난 부를 지닌 능력자이다. 주목할 점은 흑수저로 태어난 그가 사랑하는 연인 ‘데이지’를 위해 자수성가를 했다는 점이다. 아무 경력 없던 무일푼의 개츠비가 '상류층'인 그녀와 나란히 설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신분을 뛰어넘었고, 법을 뛰어넘었다. 그를 부자로 만들어준 불법 밀주 업쯤은 (그 당시 술에 대한 관용이 어느 정도 인지 모르겠지만) 용서해도 될 것만 같다.


1917년 이듬해 6월. 개츠비가 사랑한 여인은 결혼과 함께 석 달짜리 신혼여행을 떠났다. 딸을 출산하고, 그 딸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고 말하는 동안 그는 오직 데이지만을 바라봤다. 몇 년 만에 돌아온 개츠비의 일편단심. 그는 시간을 뛰어넘었다.


개츠비의 진심 어린 사랑 때문일까. 불륜 앞에 서있는 데이지에게도 면죄부적 장치는 주어진다. 1. 데이지가 애초에 톰 뷰캐넌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2. 톰 역시 머틀과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 다음의 전제가 이 둘의 사랑이 납득할만하다는 그럴싸한 설득을 넌지시 던진다.


하지만 데이지는 분명 뷰캐넌을 사랑했다. 그녀의 화려한 결혼식과, 석 달짜리 신혼여행이 뷰캐넌의 설득과 오버랩되면서 그녀는 개츠비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은 당신을 사랑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한때는 톰을 사랑한 적도 있었어.
그렇지만 당신 역시 사랑했어.

사랑은 변할까. 개츠비는 변함없는 영원한 사랑을 꿈꿔왔고, 데이지에게 뷰캐넌을 사랑한 적 없었다고만 얘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데이지의 대사에서 말해주듯 사랑은 변했다. 뷰캐넌에서 개츠비로 사랑이 움직였지만, 결국 데이지는 현실 앞에서 낭만에 설득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낭만주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마지막 히든카드를 등장시킨다. 무한한 희생. 개츠비는 그녀를 대신해 음주, 뺑소니, 살인을 대신 덮어쓰기로 한다. 물론 그 끝은 비참했다.


각색된 영화「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한 디카프리오의 외모까지 더해져 낭만주의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이제 사랑의 모든 조건은 갖춰졌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오늘날의 경제력), 사랑의 숭고함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바라봐야 하며, 무한한 희생에, 외모까지. 이 모든 게 적정하게 어우러져야 하는 조건 속에서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은 외도, 위법, 살인을 용서할 만큼 거창한 가치가 아니다. 백보 정도 양보해서 개츠비 조건의 반도 못 미치는 적정한 대상을 생각해 본다. 30세, 준수한 외모에 180cm 이상의 키, 자가 소유의 아파트, 세단 자동차를 운전하는 젠틀하며 품격 있는 정규직 남성은 드물다. 아주 운이 좋게 이상형의 조건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무한한 희생으로 오직 나만 바라 보기엔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각종 매체에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의 연출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낭만, 열정, 한결같은 수식으로 포장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점에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오늘도 안방극장은 심쿵으로 시작해 심쿵으로 끝났다. 오래된 파트너에게 느끼지 못한 설렘을 '정', '편안함'이란 가치로 대체하기엔 내 사랑이 미흡하게 느껴지진 않았는지. 낭만주의의 불편함은 오늘날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전해 내려온다. 개츠비는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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