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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림 Dec 20. 2024

첫 얘기가 쥐라서 미안합니다

오늘 실제 일어난 일이라서


본의 아니게 첫화를 고양이가 아닌 쥐가 주인공이다.


프롤로그쯤이라 생각하자.


24년 12월 20일 새벽 1시.


어제 엄마의 생일파티는 거하게 하고

엄마는 일찍 곯아떨어져 주무셨다.


나는 거실 한켠에 앉아 브런치를 작성 중이었는데

불현듯 내 왼쪽 귀에서 나지 않아야 할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순간의 쎄함-


나는 조용히 핸드폰 후레쉬를 켜서 분리수거통 밑을 들여다 보았다. 쥐다.



<사건의 전말>


3일전 그날도 어김없이 테이블에 앉아 원고를 밤늦게까지 작성중이었다.


무언가 나의 왼쪽 곁눈질 시야로 슥-스륵.

움직임이 느껴져서 그쪽을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이내 다시 원고를 쓰려는 순간 또 다시 왼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직감적으로 등골이 서늘함 채로 다시 그쪽을 재빠르게 휙 쳐다봤다.


쥐와 눈이 마주쳤고, 쥐는 냉장고 밑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나는 그날 밤 동네가 떠나가라 엄마 방으로 달려가 소리질러댔다.


“엄마!!!쥐...쥐...!!!!!!!!”

“쥐이이이이이이이!!!!!!!!!!!!”


“쥐가 집에 있어!!!!!!!나 원고 쓰는데 쥐...쥐나왔다고...!!!!!“


성량이 남들보다 우렁찬 나는 정신이 날아갈 지경으로

엄마를 소리로 깨웠고 엄마도 잠결에 내 고함에 혼비백산이 되어 깼다.


“쥐라고???? 어머, 아니 대체 어디서 쥐가 들어온거야!!! 그 쥐 어딨어 지금?!”


“엄마 냉장고쪽으로 도망쳤어 어어어엉 어떡해!!”



우리가 호들갑떨며 상의한 결과, 제일 사냥을 잘하는 몽이를 앞세워 들여보냈다. 쥐가 도망쳐 들어간 그 앞으로.


우리 집은 고양이들 네 마리 공간과 우리의 공간을 분리해 두었어서, 그 순간 만큼은 엄마가 얼른 몽이를 들여보내라는 지시에 들여보냈다.


<요 녀석이 몽이다. 이래뵈도 아재 12살이시다.>




그랬더니 이녀석 지 혼자 쫄아서 내 방 이불로만 숨기 바빴다.(우리집이 주택2층건물에 옥상이 있는 단독주택이라 참새가 알게모르게 두어번 들어온 적 있는데 잘만 물어죽여 사냥해 놓은 놈이었다.^^...)


이 자식... 박스채 배송시켜버ㄹ.....



그때도 얼마나 식겁했던지 어느 날은 두 번째 들어온 참새 머리를 똑 따먹은 놈이었다....하 ㅠㅠ


그날도 충격에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지.


난 동물 애호가가 맞는 것 같다.

고양이의 본능 습성을 이해하면서도 그 참새가 너무 가여워 눈물이 났다.


그 작고 예쁘고 무해한 참새를 죽이다니... 하면서 한 동안 몽이와 뽀뽀 안했음!!


어쨌든 몽이가 필요한 순간애 정작 헛 짓을 하자

다음 날, 엄마는 고민 끝에 쥐 끈끈이를 사러 나갔다.


아무리 여기저기 두드려보고 뒤집어봐도 쥐는

나타날 기미가 전혀 없었으니 적과의 동침이 시작된 것이다.


엄마는 그 찝찝함을 참을 수 없어 곧장 날이 밝자 사러나간 것이다.


집 바로 건너편 코 앞에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엄마는 턱이 깨져서 집에 왔다. 그 와중에 쥐 끈끈이를 사서.


집 앞에서 넘어져 턱이 빵꾸가 나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집이랑 한참 쩔어진 약국까지 턱을 부여잡은 상태로 사온 것이다. 집으로 오지 않고 오로지 쥐 생각에.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 상황파악을 마친 나는 미친듯이 잔소리로 엄마를 나무랐다.


피멍이 들어있고 턱 가운데는 어디 돌뿌리가 있었는지 송곳으로 쿡 찌른것 처럼 뚫려있었고 손바닥은 피멍, 무릎은 까졌다.


아이고 머리야...


그와중에 약국 간 엄마는 턱을 부여잡고 휴지로 피를 지혈한다고 그러는 모양새임에도 약사인 사람들은 그저 병원 가라고 간단한 지혈 응급치료조차 알려주지도 않았단다. 진짜 세상 너무하다 싶었다.


어찌되었든 일은 벌어졌고 끈끈이는 사왔고, 엄마 턱 상태를 봐가며 다친게 너무 답답하고 화도 났다. 너무 속상해서. 2차적으론 약사란 사람들 태도에.


뭐 그렇게 결국 엄마를 보살피며 쥐 끈끈이를 세 군데 정도 놓았지만 3일간 깜깜무소식이지 않은가.


자기만 아는 루트로 도로 나갔나 포기하려던 찰나,

방금 말한 새벽1시 바로 방금 전. 쥐가 끈끈이에 잡혀있었다.


그걸 발견한 즉시 또 다시 나는 충격에 소리를 질러댔고 생일을 거하게 치르고 곤히 자던 엄마는 생일은 끝났다라는 알림이라도 울린듯 황급히 깼다.

조심스레 꺼내보니 너무 아기였다.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서 어찌 할 바를 몰랐는데 막상 끈끈이에 붙은 걸 이 추운 겨울에 쓰레기처럼 내다 버리자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고민끝에 고무장갑이라도 끼고 그 작고 여린 쥐도 지 살겠다고 추워서 따뜻한 곳 찾아 들어와 헤맨걸텐데 그것도 생명인데 숨이 붙어있어 심장이 콩닥콩닥뛰는 아주 작은 아기 쥐였어서 모른 채 할 수 없어 끈끈이라도 제거해주고 방생시키기로 다짐했다.


너무 징그러우면서도 너무 불쌍해서 큰맘 먹고 처음엔 물티슈로 하다 끈끈이가 정말 강력해서 내 손도 쉽게 떨어지질 않아 고군분투했다.


한 30분 씨름한 듯 하다.

그래도 도저히 안되서 두 번째로 내가 쓰던 젤 리무버로 제거해보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


하, 이걸 어쩐다 하다 이내 불현듯 떠오른 잡지식!

식용유였다. 예전애 유튜브로 야생동물이 송진에 붙어 오도가도 못하는 걸 기름으로 마사지해주니 금새 풀어지는 것을 본 것이다.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식용유로 곧장 그 작고 여린 몸을 모두 꼼꼼히 발랐더니 정말 이내 팔다리가 모두 끈끈이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본의 아니게 차가운 물티슈 등으로 혹사당한 쥐는 안정을 취해야하는 것 같았고, 온 몸이 정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려 이대로 또 방생할 수 없었다.


지칠대로 지쳤고 젖어있으니 바로 밖에 내보내면 얼어죽을게 뻔했다.


결국, 임시 처방을 해주었다. 초콜릿과 밥을 넣어주고 몸이 마를 때 까지만. 오늘 밤만 한 번만 더 적과의 동침을 하기로 말이다.


그래서 결국 오늘은 본의 아니게 쥐가 주인공이 되었다.


몽이는 우리 집 유일한 수컷.

그치만 세상 쫄보. 사냥할 때만 거침없는 그런 녀석이 이번 쥐잡기는 실패로 끝났다.


밑의 사진은 문제의 홀딱 젖은 아기 쥐 사진이니

###심약자분들은 주의요망###


따뜻하게 뽀송 말라서 기운차리고 다시 나가자 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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