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교훈도, 감동도 없는.

by 나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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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특히나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끈 저서 빅 픽처. 사용 중인 도서 구독 사이트의 1, 2위를 다투는 소설이다. 유명하거나 서평이 많은 책은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매우 뻔하거나 진부할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랬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내용이 뻔하디 뻔한 그런 소설이다.


시작은 주인공인 벤은 전형적인 white privilege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 변호사로 살아가는, 하지만 가슴속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잊지 않은 그런 인물이다.

그는 여느 부잣집 동네의 부부들처럼 그의 아내인 베스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는 아내를 매우 사랑하지만 베스는 이미 마음이 떠난 지 오래이다. 벤과의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자신의 꿈을 모두 져버려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인 베스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인다. 이럴 때 우리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이다. '무언가 잘못됐다.' 벤은 똑똑한 중년이기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며, 여러 가지 추리를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네의 파티에서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다. 벤은 그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살인을 저지르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책의 내용을 모두 공유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내용 정리는 이 정도로 마치겠다. 일단 나의 감상은 '아쉽다.'이다. 여러 사건이 전개되는 연결고리, 인물에 대한 묘사, 생생한 감정선 모두 좋았으나 주인공이 별 탈 없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뭐랄까, 조금 역했다. 벤은 어찌 됐든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그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치르지 않는다. 물론 도망자 신세로 살아가며 삶이 완전히 뒤바뀌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오히려 꿈꿨던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점이 가장 거슬렸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설정 자체가 주는 개연성 부족이 읽는 내내 골치였다.


이야기가 빠른 전개를 따라가며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갈등들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이름을 얻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이 너무 순조로웠다. 도망자의 삶이 이렇게까지 쉽게 유지될 수 있을까?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었다.


물론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과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 벤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도덕성이나 내면의 갈등이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결론적으로, '빅 픽처'는 빠른 전개와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갖춘 작품이지만, 전반적인 개연성과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이 어려운 점이 단점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호평을 받는 것만큼의 감동이나 깊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간단히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할 수 있겠지만, 더 깊이 있는 심리 묘사나 철학적인 고민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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