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는 몇 프로그램 외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짤로만 보거나 집안일하면서 재방송으로 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한 짤 동영상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그건 바로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해방타운'에서 장윤정 님이 낮술을 하는 장면이었다.
덕분에 낮부터 맥주가 땡겨서 참기 힘들었지만 ㅎㅎ
덧붙여서 혼자만 오롯이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말들이 '격하게 공감!'되었다.
https://vod.jtbc.joins.com/player/embed/VO10499340
가수 장윤정 님이 가족과 사는 집의 크기에 대해서는 '슈돌'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크리 크지 않은 투룸짜리 해방 타운에 도착하자마자 장윤정 님은 너무나 좋아한다. 그런데 그 모습에 나 역시 두근거리며 설레었다. 특히 술장고!
그 정도 사이즈의 술장고가 있다는 걸 생각을 못했다. 대학시절부터 큰 집에 살게 되면 업소용 큰 유리문 냉장고를 사서 세계 각국 맥주를 다 넣어야 지! 하는 정도의 생각은 했지만, 작은 사이즈도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그러니 나의 로망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배달받은 술장고에 맥주를 경건히 종류별로 넣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하지만 실행에는 못 옮겼다. 내 생활이 피폐해질 것이 뻔했으므로 아직은 참는 것으로...
그 외에도 윤혜진 님이 온갖 인테리어 용품을 가져와서 곳곳에 설치해두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격공 했다. 한 패널이 왜 저렇게 특이한 소품을 가져왔냐고 했을 때, 본 집에서는 오히려 아이가 있어서 좋아하는 소품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로망을 실현해본다고 할 때 정말 맞는 말이다.
두 분의 상황을 보면서, 집이 아무리 넓어도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하지 못하고 억눌렀던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고 누가 그렇게 시킨 것은 아니라고 해도, 자연스레 포기하는 것이 많았다. 그렇다고 여성이 갖는 부당함을 토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불행히도 주변에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안되어서 독박 육아를 하기도 했지만, 아마 도와줄 손이 많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점은 장윤정 님이나 윤혜진 님을 보면서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언제 제일 기뻤어?"
나는 지체 없이 한 순간을 꼽았다.
"네가 태어나자마자 엄마 가슴 위에 누웠을 때!"
간호사님이 내 가슴 위에 아기를 눕혀주자, 아직 눈도 못 뜨면서도 꼬물거리며 얼굴을 나에게로 향했을 때의 순간은 지금도 명확하게 기억난다.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폭발했다. (바로 간호사님께 울면 기절한다고, 울지 말라고 혼나서 뚝 그쳤지만...)
그러니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나는 많은 것을 참아내려 했다. 물론 다 해낸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일을 거절했고, 친구들과의 만남은 뒤로 미뤘고, 나의 취미생활도 접었다. 그래도 아이가 크는 매 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기에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절대 희생! 같은 건 아니다. 엄마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필요하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시간과 공간은 없어졌다. 해방 타운의 엄마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릴만큼 말이다.
그럼에도 뭔지 모르는 답답함을 느끼면서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엄마라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고군분투했고 심한 우울감을 느낄 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주변과 가족의 도움으로 몇년전에 프랑스로 2주간 취재여행을 갈 수 있었다. 오롯이 혼자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뭔가에 홀리지 않고서야 할 수 없던 시간이었다. 혼자서 스틱 차를 운전하면서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을 돌아다녔으니 말이다. 파리 외에는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여자 혼자 다닌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마 결혼 전이라면 엄두도 못 내고 친구라도 대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던 나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한 달에 걸쳐 아이와 남편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세팅을 해두고 철저히 짠 계획표를 들고 프랑스로 향했다.
여행 막바지에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힘들어하면서도 계획한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아마 다시는 그렇게 못할 거 같다. 진심 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의 홀가분한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무엇보다 아침에 호텔방 침대에서 혼자 일어날 때의 그 기분, 아무도 챙기지 않아도 되고, 아침밥 걱정도 안 해도 되는 그 해방감은 정말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었다. 아마 육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공감 못할 거다. 아침에 혼자 누워있는 침대는 외로움의 상징 같은 거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온전히 혼자만의 공간에서 내가 배고플 때 먹고 싶은 거 먹고 눕고 싶을 때 눕는 그 기분은 정말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힘들어진 시점에 온라인 강의와 글을 쓰기 위한 조용한 공간이 필요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도 이제 커서 혼자 등하교와 학원 다녀오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원룸을 빌렸다. 나만의 '해방타운'이 생긴 것이다.
물론 벌써 일 년 정도 사용 중이고, 큰 일 없으면 잠은 집에서 잔다. 즉 출퇴근 형식으로 이용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참 좋다.
나만의 해방타운에서 그간 억눌려서 커 보였던 여러 욕구들을 하나씩 해소해나갔다. 하지만 로망을 실현하다보니 그것들이 마음으로 느끼던 괴로움보다는 참 작은 소망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윤혜진 님과 비슷한 로망이 있었는데, 그건 예쁜 유리컵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집에서도 사용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거친 남편의 설거지나 나의 실수 등으로 깨져서 이제는 더 이상 사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예쁜 유리잔을 몇 개 구비했다.
그리고 일명 드립 커피라 하는 커피 브루잉을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그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 좋은 원두를 하서 갈아 브루잉하고, 그 사이에 풍기는 커피 향으로 이 작은 공간을 채우면서 작은 행복을 느낀다.
그렇다고 모든 기혼자들이 저마다 각자 방을 빌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낭비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집 앞 공원 한 구석이나, 좋아하는 카페의 창가 자리, 스터디 카페의 조용한 구석 등 오롯이 나만의 위한 지정 공간을 만들어두고 그곳에서만큼은 자신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미뤄두었던 책을 볼 수도 있고, 아이가 바늘에 찔릴까 봐 못한 십자수를 할 수도 있고, 조용한 곳에서 집중하며 캘리그래피를 연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해방타운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