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원했던 거 됐어! 합격했어!"
"와? 정말?..... 근데 그게 뭔데?"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5년간은 교수님이 된 거야!"
"와! 진짜! 이히히"
학원 갔다가 집에 들어오는 아이가 신발도 안 벗은 상황에서, 난 신 나서 소식을 알렸다. 아이는 뭔지 정확히 몰라도 엄마가 이렇듯 좋아하니 자기도 좋다며 싱글벙글 웃으며 춤까지 췄다.
"엄마! 내가 콩클레추레이션 쏭! 춰줄게!"
이러한 기쁨의 순간이 오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2014년 2월 박사학위를 따고, (여러 가지 의미로) 눈물의 졸업식을 한 후 이 사회에서 '어떤 것이든 자리를 가져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학위는 비싼 운전면허증과 같은 것일 뿐이라,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독박 육아라 먼 지역에 취직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집 근처에 취직을 해보고자 해도 자리 자체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갓 박사가 된 사람에게는 어려웠다.
그래도 책도 쓸 수 있었고,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근처 대학의 강의와 간간히 소일거리도 할 수 있었다. 모두 소중한 일들이었지만 그저 가방끈 길고 시간 많은 애엄마라는 기분을 지우긴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공부하고 논문도 쓰고 알아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그 순간순간 내 돈을 써가면서 해야 하니 무엇하러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했다. 실제로 교수하기도 힘든데, 왜 고생해서 논문 쓰냐는 핀잔도 적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고생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소식은 사실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정규직 교수가 된 것도 아니다. 사무실이나 책상 하나 주어지지도 않고, 내 방에서 이전과 똑같이 생활하는 거다. 게다가 몇 년 지나면 끝나는 계약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동안에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논문 쓰기를 해도 떳떳하고, '강사님'이 아닌 '교수님'이라는 호칭에 더 이상 쑥스러워 안 해도 된다. 그게 전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간의 내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니...
그래서 행복하다.
행복, HAPPY라는 단어는 사실 나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다.
어제 기쁜 소식을 전한 후, 아이는 내게 물었다.
"엄마는 언제 제일 기뻤어?"
요즘 이렇게 뜬금없는 질문이 잦다. 그래도 나 역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은 마음으로 대답하곤 한다.
"엄마는, 인생에 태어나서 제일 기쁜 순간은 너를 처음 안았을 때야"
그래, 그렇다. 그 순간 가장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온전히 행복한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한다.
한 연예인이 일 끝나고 티브이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행복이라 했듯이,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근처 산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 행복하다. 하지만 살면서 이러한 소확행 말고도 간혹은 더 큰 행복도 갖고 싶지 않을까? 썸 타던 사람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받았을 때, 오랫동안 기다렸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원하던 대학이나 회사에 합격했다는 소시을 들었을 때, 오랫동안 앓던 병에 완치 판정을 들었을 때..
나에겐 이번 소식이 그런 순간이었다.
사실 아이를 낳은 후에는 그런 순간이 없었기 때문에 더 달콤했다.
물론 안다. 이 행복감은 오늘 안에 사그라들 거다. 그리고 아마 며칠 내로 이 행복감은 생각도 안 날 만큼 고민스러운 일이 일어날 거고 힘든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동안 안 올 이 행복감을 당분간만이라도 간직하고 즐기려 한다!
맛있는 커피와 새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