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은 완전히 변했다.
작년 초만 해도 이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결국은 익숙해져 버렸다.
방학과 학기가 구분 안 되는 시간을 보내는 딸도
심심치 않게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남편도
멀리 강의나 미팅을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게 된 나도
이제 이 상황에 적응해버려서 오히려 나중에도 이 정도는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생겼다.
아무래도 딸은 친구들과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노는 놀이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나중에 서로 만나더라도 아마도 메타버스 드라마를 찍거나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노는 게 '더' 자연스러워질 거다.
남편도 예전엔 '절대' 안된다던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을 느끼면서 일하고자 회사에 밤이나 주말에 가는 일이 줄어들지도 모른다(아, 이 부분은 확언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번 온라인 커넥트 상황이 육아에 너무나 도움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차로 2-3시간 운전을 해서 강의를 오가면서 지치기도 했고, KTX 타러 가는데 아이가 다쳤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경험은 허리디스크로 통증이 심한 상태인데, 밤 9시에 장대비를 뚫고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던 때였다. 이러다 죽어도 이상할 게 없을 거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등하교 시간을 맞추기 힘들 때, 밥을 혼자 차려먹게 해야 했을 때, 마음이 힘들었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도 그랬다. 아예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어진 아이의 끼니를 챙겨주고 그때마다 옆에 있어야 하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일 년 반이 지나가자, 아침에 밥을 챙겨두고 메모를 해두고 나가면 아이는 알아서 점심 한 끼는 해결했다. 그래도 혼자 점심 먹는 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아빠가 간혹 재택근무를 하니 부채감도 좀 덜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엔 혼란스러웠던 온라인 강의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이전보다 더 익숙하게 소통도 하고 효과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지에 대한 고민도, 적용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집의 내 책상 옆 창문을 가리던 블라인드를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하늘이 보이는 거다!
예전엔 집에 있는 게 그냥 싫었다. 나 혼자 온전히 있을 공간이 없고(화장실조차 아이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게 문을 조금 열어둬야 한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치울 것 고칠 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싫어서 사무실을 따로 뒀다. 그런데 동네에서 가장 싸고 깨끗해서 구한 사무실의 유일한 단점은 창으로 하늘이 조금밖에 안 보인다는 거다. 그래도 아무도 나를 안 찾는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 문득, 책상 옆 창문을 보니 하늘이 환하게 보였다.
그동안 왜 블라인드를 열어볼 생각을 안 했을까? 아마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해서 그럴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남편에게 사무실을 양보하고 창문 앞에 앉았다.
비록 휴가를 가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하늘을 옆에 두고 글을 쓰니 조금은 숨이 쉬어지는 거 같다.
오래 지속된 팬데믹 속에서 변화에 적응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그동안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거 같다. 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이고 정신적인 여유도 반 강제적으로 생겨서 인 듯하다. 그러니 이 순간의 발견과 편안함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