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느끼는 감정

202202-02

by NaRio

난 아기를 너무나 좋아했다. 그리고 아기들도 나를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3살 아래 동생을 잘 본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고, 길을 지나가다 보는 아이들하고도 금세 친해졌다. 대학시절엔 잊지 못할 일도 있었다. 전철에 앉아 졸고 있는데 뭔가 묵직한 느낌이 나는 거다. 놀라서 눈을 떠보니 조그만 아가가 내 무릎에 올라 나를 보고 방싯 웃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아이의 엄마도 졸다가 자신의 아이가 나한테 올라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미안하다 했지만, 난 그 느낌이 너무 행복했다. 난 괜찮다며 잠시 안아줬다.

이렇게 아이들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아이를 좋아했다. 지나가다가 아이를 보고 웃어주면 100이면 100, 나를 보고 활짝 웃어줬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왠지 난 결혼하지는 못할 거 같지만(지금까지도 내 외모가 싫으므로), 아이는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서른까지 결혼 못하면(당시에는 서른이면 완전 나이 든 줄 알았다), 정자 기증받아서 혼자 아이 낳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그래서, 사유리 님의 생각에 정말 공감하고 지지한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결혼을 했고, 아이를 조금 힘들었지만 가졌다. 임신 시기에 너무 기뻤다. 워낙 아이를 좋아하였기에 내 DNA가 있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 생각했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만, 나는 당시 오만으로 가득 차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다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아이를 낳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정, 자고 있는데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갔다. 양수가 터진 거였고 남편을 깨워 병원으로 갔다. 상황을 보더니 간호사님이 아직은 진통이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분만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만 누워서 아기를 기다렸다. 점차 진통이 오기 시작했지만 아침 7시에 양수가 부족할 수 있으니 촉진제를 놓기로 했다. 그리고 1시간 33분 만에 아이가 나왔다. 다른 산모들에 비하면 정말 빨리 나왔다. 그래도 겪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 과정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생략!

그리고 병실에 올라갔고 신생아실에서 전화 주면 내려가 모유수유를 했다. 2박 3일의 입원 후, 예약한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국과도 같았던 산후조리원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기쁨이 사라진 것이 말이다.


처음 집에 온날 아기는 밤새 울었다. 어떻게 해도 달래지지 않았다. 결국 밤새 안고 걸어 다니며 달래다 해가 떴다. 다음날도 나은 것은 없었다. 겪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씻을 시간도 뭔가를 챙겨 먹을 시간도 없다. 아이는 나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알아채리는 센서가 붙어있는지 대번에 울었다. 그리고 실제 우리 아이는 초 예민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아빠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가지 않고 엄마에게만 붙어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무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안고(유모차도 안 탔다),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를 보고 나는 예전처럼 활짝 웃어줬다. 그러니 그 아이도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 순간 생각이 났다 예전에 내가 아이들을 좋아했을 때의 감정을 말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우리 아기를 보면서 깨달았다. 정작 우리 아기를 보고 웃어주지 않았구나,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웃음을 주지 않았구나. 순간 너무 미안했고, 그때부터 결심했다. 우리 아이에게 가장 많이 웃어주자! 그렇게 나 역시 엄마로 성장을 했던 거 같다.



예전에 '툴리'라는 영화 소개를 보고, 우선은 샤를리즈 테론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보고 싶었고 그 내용이 아기를 낳은 후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궁금했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을 겪어본 나로서는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보게 되었다.


movie_image.jpg


이 영화는 아이가 둘인데, 셋째를 임신한 엄마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만삭의 몸으로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의 전형이다. 엄마로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져있다. 그러던 중 오빠에게 야간 내니를 써보라는 권유를 듣게 되면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결론은 스포니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주인공 마를로가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한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자유로웠던 과거 시절에 대한 그리움, 하지만 힘이 부치는 현실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조용하고도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 모든 일들이 밤에 이루어지기에 더 그렇다.



사실 난 주인공 마를로에 비하면 아이가 한 명이기에 덜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내내 너무나 와닿았다. 그 열망과 고민들이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망가져가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버거움에 허덕이는 그 감정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감정은 정말 엄마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이러한 힘듦 속에서 사랑하는 아이와 눈을 맞출 때, 아기를 젖을 먹일 때, 아이가 엄마에게 엄지 척을 해줄 때 등등,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천국과 지옥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거라고 말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것 같은 사건이 없이도, 일상에서 최고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최악의 괴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엄마 되기인 거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엄마가 되고, 그리고 한층 다른 결을 가진 내가 되는 거 같다. 단언컨대, 출산 이전과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년 만에 다시 시행(?)된 명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