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3
비행기 예약을 취소했다.
계획대로라면, 올 9월에 세 가족이 함께 파리를 가려한 비행기 편이었다.
작년 말, 에어프랑스에서 프로모션 기간에 항공편이 싸게 나왔고, 코로나 상황을 겨냥해서 환불 및 변경을 할 경우 수수료도 붙지 않는다고 해서 질러버린 예약이었다.
일정을 딸과 함께 잡아보고, 아빠를 잘 설득해보자 한 후 들뜬 마음에 예약을 했다.
꿈에 파리에 가는 꿈을 꿀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남편이 기분 좋아 보이는 어느 주말, 살짝 말을 꺼내기 무섭게 이야기를 듣자 남편의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었다. 그리고는 온갖 못된 말을 쏟아냈다. 사실 이 예약이 다소 즉흥적이긴 했어도, 이전부터 언젠가는 가족끼리 파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기에 급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신혼시절 남편이 파리에서 일 년 넘게 일을 하면서 우린 파리의 추억을 갖고 있고, 그 이야기를 남편은 딸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딸은 파리에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언젠가 같이 셋이 가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코로나 상황으로 여행을 자유롭게 못 갔기에 이번 기회에 가보면 좋을 거 같았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였다.
오히려 딸은 아빠 눈치를 보며, "엄마 안 가도 돼..."라고 조용히 말했다.
며칠 고민 후, 취소하기로 했다. 대신, 다신 파리 가자는 이야기 꺼내지 않기!(같이 가줄 것도 아니면서, 유치하게 어린 딸한테 자기 파리 간 이야기를 자랑하는 아빠라니...), 그리고 가족끼리 추억을 쌓을 국내 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 때 가자고 약속하면서 말이다. 그리곤 딸에게 살짝 약속했다.
"나중에 너 대학생 되면 엄마랑 같이 가자."
그리고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하는데, 너무 하기가 싫었다. 출발 전에는 언제든 환불된 다했으니 조금 더 갖고 있고 싶었다. 기분이라도.... 그리고 사실 에어 프랑스는 프랑스 기업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로 온라인 처리도 잘 안되고 전화 연결도 어렵고 서류 과정도 엄청 오래 걸리는 거 잘 알기에, 그 스트레스 때문이라도 조금 더 미루고 싶었다.
그러다 오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40분 넘게 씨름했지만 자꾸 말도 안 되는 에러로 등록이 안되었다. 동시에 한국 에어 프랑스에 전화를 걸으니 대기해달라는 메시지만 계속 나왔다. 그렇게 전화 대기에도 40여분이 되어갈 무렵, 다행히 연결이 되었다. 예약을 취소하고자 한다니 안 그래도 예약한 비행기 편이 취소된 상태라는 말을 전해주었다.(이놈들!! 안 알려주고!!) 암튼, 그렇게 예약을 취소하게 되었다. (돈은 최대 9주 후에 들어올 수 있단다. 울랄라~ 정말 대단한 프랑스!! ㅡ.ㅜ)
그렇게 취소하니 너무 섭섭하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 꿈에서 그렇게 여행을 다닌다.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이국적인 도시도 가고...
너무 여행 가고 싶다. 너무 비행기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