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1
결론부터 말해서, 난 슈퍼 두퍼 면역자가 아니었다.
[참고] https://brunch.co.kr/@nario/42
남편과 딸이 확진되어 자가격리를 하게 되자, 음성으로 판명된 나는 약과 음식을 구하느라 바빴다. 동네 약국을 돌면서, 조금이라도 상비약을 더 사서 모아 두고 며칠 동안 먹을 음식과 자료를 사두었다. 나 역시 언젠가 아파질 수 있다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몸이 점점 안 좋아졌다. 목이 잠기고 몸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열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혼자 PCR 검사를 다시 받으러 갔다. 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 아침 숨도 가빠져서, 검사 전 진료를 받으면서 증상을 이야기했고 엑스레이로 폐도 찍어봤다.
다행히 폐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코로나는 양성이었다.
그렇게 나의 자가격리도 시작되었다.
그날 밤부터 온몸이 아프고 미친듯한 기침에 온 몸이 찢겨나가는 거 같았다. 워낙 목감기가 잘 걸려왔지만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이었다. 그렇게 코로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했다. 세 식구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약 먹고, 치운 후, 각자 좀 놀다가, 점심 먹고, 약 먹고, 치우고, 같이 놀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하다가, 저녁을 먹은 후, 약 먹고, 다시 치우고 TV와 동영상을 보다가 잠들었다.
간간히 택배가 왔고, 확진 소식을 들은 분들이 보내준 구호물품을 받으며 지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마냥 시간을 보낸 거 같지만, 계속 기운이 빠지고 간간이 고통이 휩쓸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갔다. 격리된 동안 쉬기도 하고 밀린 글도 쓰고 책도 볼까 했지만, 그럴 에너지는 없었다.
그리고 확진된 순서대로 격리가 해제되었다.
가장 먼저 딸은 등교를 했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해야 했지만 밖에 나가 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학교를 갔다 온 날, 딸은 밖이 정말 덥다고 했다. 그 며칠 동안 봄이 되어 버린 거다. 그리고 SNS에는 지인들이 올린 봄 꽃 사진들도 가득했다.
나도 이제 내일이면 격리 해제다. 아직 밤에는 기침 때문에 잠을 깨고 간간이 어지럽고 잔기침이 나지만, 나갈 수 있게 되면 벚꽃이 있는 천변을 걷고 싶다.
생각보다 우리 세 식구는 격리 생활을 힘들지 않게 보냈지만, 봄기운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으로만 느끼는 것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러니 아직은 모두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잠깐 봄꽃을 보면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