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튜디오 포카 Feb 21. 2020

엎드려 눕고 싶어

2019. 11. 29(금)

포카는 잠들기 전에 몸을 동글게 만다. 우리 집은 외풍이 심한 오래된 주택이라서 겨울에 실내 공기가 제법 찬데, 그런 날에는 꼬리로 코를 감싸 더욱 완벽한 동그라미를 만든다. 잠에 들었다가도 중간중간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기도 하지만, 그다음 동작은 영락없이 푹신한 담요나 쿠션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까만 털의 포카가 그린 동그라미가 귀여워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서리태 콩 같다고 말하곤 했다. 토토는 잘 때 모로 누워 자는 편이다. 어디서나 잘 자고(야외라 할지라도!), 빨리 잠드는 대신 이런저런 꿈을 많이 꾸는 타입으로 뒤척임이 많다. 그러는 와중에 이불을 혼자 가져가 버리거나, 발로 차 버리고는 내가 이불을 다 가져가 버렸다고 서운해하기도 해서 신혼 초에는 이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는 천장을 바로 보고 누워서 양 팔을 머리 위로 만세 하는 자세로 자거나, 엎드려서 자는 걸 좋아했다. 나의 그런 잠자는 모습을 보고 꼿꼿하게 잔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토토가 어디서든, 어떤 자세로든 유하게 잘 자는 것을 생각해보면 성격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만세 자세가 어깨에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온종일 작업 때문에 웅크리고 일을 했던 날에는 순간의 피로 해소를 위해서 늘 만세를 외치며 잤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생활 습관도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겁나는 것이 많아졌다. 혹여나 마꼬가 잘못될까 봐 초음파로 심장소리를 듣고 온 후부터 잠자는 습관을 바꾸었다. 그 후로는 엎드려 자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옆으로 누워서 잠드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인터넷에서 아기의 혈액공급을 위해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게 좋다는 조언을 본 후로 왼쪽으로 누워 자보려고 했지만 나는 왼쪽으로 눕는 것보다 오른쪽으로 눕는 자세가 더 편했다. 그래서 부침개를 굽듯이 왼쪽으로 누웠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누웠다를 반복하며 밤을 보낸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몸이 가벼울 때는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배가 묵직해지니 이제는 몸이 뻐근하고, 갈비뼈도 제법 아프다. 몸의 무게가 한쪽으로 짓눌려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거나 배 밑에 담요를 깔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 자세로는 푹 잠들 수 없다.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거나, 갈비뼈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매번 불편한 상태에서 잠에서 깨고, 반대편으로 돌아 누울 때마다 아랫배를 포함한 골반의 아픔을 느껴야 한다. 대체 푹 잘 수 있는 건 언제부터 가능한 거지! 한두 시간만이라도 좋으니 내가 좋아하던 방식대로 자고 싶다. 언제부터 엎드려서 잘 수 있는지 맘 카페에 질문글을 올려보았는데 임산부들 중에 나처럼 엎드려 눕기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꽤 있어서 위로가 되더라. 댓글을 보니 제왕절개를 하신 분들은 수술부위 때문에 일주일 정도 지나야 가능하지만, 질식분만을 하신 분들은 아이를 낳은 날 바로 엎드려서 잔 분도 있다고 하더라. 아이의 출산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어느 정도 결정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이제는 걸을 때도 골반 뼈가 삐그덕 거리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마꼬가 몸집 키우기에 몰입할 텐데 어떻게 버텨내지... 어제는 언니한테 전화해서 몸이 무거워서 짜증 난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애 듣는다고 그런 말 하지 말라더라. 아직 애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하나뿐인 언니는 벌써부터 조카 편을 든다.... 아! 임산부의 일상이 이렇게나 서럽다. 빨리 엎드려서 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심 속의 나무늘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