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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Sep 19. 2019

엉뚱한 꿈

2019. 6. 27(수)

몸 상태가 평소와는 달랐다. 나른하고, 가슴이 당기는 기분. 배 안쪽에서는 '콕콕콕'하고 계속 찌르는 느낌이 났다. 묘하게 가슴도 부푼 것 같다. 3n년 동안 칼같이 맞았던 생리 주기도 이번엔 지나간 것 같다. '이맘때는 꼭 했었는데... 내가 날짜 계산을 잘못했나?' 나는 캘린더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면서 날짜를 계산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묘한 구석이 있었다. 얼마 전 토토가 외식하러 가는 길에 좋은 꿈을 꾸었다며 오늘 꼭 로또를 사야겠다고 큰소리를 쳐서 복권방에 데려가 로또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 한 번도 로또를 사야겠다고 한 적이 없었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나도 그때는 왜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평소라면 무슨 꿈을 꿨던 건지 단번에 물어봤을 텐데, 토토도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 동네의 작은 복권방에서 자동 출력된 로또를 받아 지갑에 소중히 넣는 토토를 물끄러미 보고 돌아왔다.



'대체 그 꿈이 뭐였을까...'
나는 이부자리를 펴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꿈 이야기를 꺼냈다. 토토에게 무척 궁금해하는 투로 말하면, 내가 왜 다 지나간 꿈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해야 할 테고, 그러면 임신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더 심각하게 하게 될까 봐, 적당히 선을 그었다.



토토의 설명은 이러했다.
꿈에 엄청 큰 노란 뱀이 나타났단다. 그 뱀을 보려고 모인 사람들이 토토를 앞세워 당신이 저 뱀 좀 어떻게 해보라고 등을 떠밀었다나. 그래서 얼떨결에 앞으로 나서게 되었는데, 그 커다랗고 노란 뱀이 갑자기 짠! 하고 작아져서는 토토의 손바닥을 물었다고 했다. 토토는 처음에 겁을 먹었던 것과 달리 물렸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단다. 그래서 '하하하하'하고 크게 웃었다고 했다. 기분이 아주 좋은 꿈 이랬다.

'뱀이라고? 그건 태몽이잖아...?'

나는 애써 차분한 말투로 벽을 보고 돌아누우며 말했다.

"우와 신기하네. 그런 꿈이었구나."

"그런데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해?"

"아니야 그냥"

이내 잠든 토토와 달리 내 눈은 시간이 갈수록 말똥말똥 해졌다. 태몽을 꿔놓고 복권 살 생각을 하다니. 이 사람 정말 엉뚱하다...



다음 날 아침, 토토가 출근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일어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언니는 나의 여러 증상을 듣더니 임신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언니는 토토의 꿈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제부는 참 특이하고 재밌는 사람 같단다.

언니는 임신 테스트기와 병원에 검진받으러 가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임신이 맞나 보구나... 내가 임신이라니!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기분이 묘했다. '노란 뱀 태몽, 꿈 해몽'을 검색해봤다. 뱀은 여자아이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태몽에서 성별을 알려면 대상의 크기가 중요하단다. 크면 아들이고, 작으면 딸이란다. 그런 고정관념에 동조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쩐지 솔깃해진다. 기운찬 딸일 수도 있는 거겠지. 남자 형제가 없어서 아들은 어쩐지 음... 자신이 없다. 병원에 가서 몸 상태를 체크하기 전까지는 토토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뭔가 엄청난 일이 생겨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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