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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Oct 23. 2019

바람에 마음이 흔들릴 때

2019. 8. 25(일)

윤가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집>을 봤다. 세 여자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를 그러모아 '어른들의 일'에 맞서 보려한다. 두 딸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그 아이들의 마음이 헤아려져서 응원을 하게 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어른들의 일을 걱정하는 것을 말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른들이 벌려놓는 '집'안에서의 문제는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크고, 버겁다. 마꼬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주인공 하나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보았을 텐데... 이제는 하나의 부모님의 입장도 헤아려보게 되더라. 더불어 어린아이에게도 정신적으로 의지하려는 부모를 가졌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나는 과연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몰려온다. 지금의 다짐이야 어떻든 언젠가의 내가 내 마꼬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못난 어른이 되어 있을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삐죽 솟아날까 봐 염려하게 되기도 했다. 우리 자매는 우리 부모라는 무책임한 계절을 만났기에 어쩌면 뿌리가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무색하게 철없는 부모는 아직도 우리에게 기대고 있지만, 어쩔 땐 그들의 맹목적 바람을 유연하게 피할 줄도 알게 되었다. 



<우리집>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얻게 된 것들(소중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한 성장한 사람이 되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하나는 어른들이 아닌, 또래의 아이들에게서 배웠다. 아이를 돌보는 내내 바람에 맞서지 않게, 온실에서만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거센 바람이 불더라고 잘 버틸 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을 맞을 때, 하나가, 마꼬가, 또 내가, 유연하게 버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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