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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Nov 09. 2019

마꼬야, 너는 어떤 모습일까

2019. 9. 9(월)

작업실에 대학 동기 둘이 놀러 왔다. 은아는 학교를 졸업하고 만난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 지은이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성미는 결혼하고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데 지은이 장례식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단다. 장례식장에서 대화를 나눠보니 은아네 집이 우리 작업실과 꽤 가까워서 작업실에 놀러 오라고 했었다. 서울로 올라갈 때 내가 임산부라고 은아가 차를 태워줬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은아도 둘째를 가졌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 축하할 일이다. 나는 은아에게서 임신과 출산에 관한 팁도 얻었다. 셋이서 하염없이 수다를 떨다 보니 은아의 아이, 재하가 하원을 했고, 남편 분이 퇴근해서 어른 넷과 아이 하나, 총 다섯 명이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남편분과 은아는 대학 시절부터 사귀는 사이었단다. 둘은 연애할 때 꼈던 첫 커플링을 결혼반지로 끼고 있다고 했다. 성미는 장난으로 반지를 오천 만원에 바꾸자고 하면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오빠는 싫다고 단박에 말했다. 성미가 그럼 일억에 바꾸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싫단다. 잠자코 듣고 있던 은아가 일억인데 왜 싫냐고 물었는데, 자기 생각엔 일억은 이 반지와 교환하기엔 그다지 큰돈이 아니라고, 집 한 채를 준다고 하면 생각해 보겠단다. 그리고 덧붙여 집도 아닌, 돈 일억 원은 뭘 남길 수가 없는 금액이라 그렇다고 했다. 나는 부동산이나 돈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라, 그렇게 말하는 남편 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가계에 대해 많은 고민하셨던 분이라 할 수 있는 말 같았다. 토토와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꼼꼼하지도 못할뿐더러... 나는 천만 원만 말해도 흔들릴 것 같은데! 그런데 그게 성향인가 보더라. 



헤어질 시간이 되자, 재하는 자기랑 잘 놀아주었던 성미 이모랑 헤어지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재하는 연신 엄마와 아빠에게 성미 이모랑 집에 같이 가고 싶다고 졸랐다. 성미는 재하를 불러서 용돈을 재하의 손에 쥐어 줬는데, 재하가 몇 걸음 앞서 가더니 갑자기 바닥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는 게 아닌가! 내가 "아... 어떡해. 재하가 성미랑 같이 못 가서 서운한가? 재하 우나 봐..."라고 했더니, 은아가 나직이 말했다."돈 세는 거야..." 아! 세상에!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포인트였다! 저 조막만 한 등을 보인 게  용돈 얼마 받았나 세는 모습이었다니!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뜻밖의 귀여움이었다. 



집에 와서 토토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자기도 형님처럼 커플링은 안 팔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결혼하고 살이 쪄서 반지를 낄 수도 없는데... 돈으로 바꾸고 더 좋은 걸로 새로 사도 되잖아?라고 말해보았지만, 그래도 자기는 얼마를 주더라도 안 팔 거라고 거듭 말했다. 그래, 토토는 사랑꾼이었지. 잊고 있었다. 



마꼬야, 너는 어떤 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까?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문득 네가 궁금해지는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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