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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Nov 09. 2019

좋아하는 것만 보면 돼

2019. 9. 10(화)

왜 이렇게 월요일마다 미술관에 가고 싶어 지는 걸까?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족과 충전을 하면서 이것저것 집에서의 소일거리들을 하고 나면 월요일 아침에 맞이하는 고요한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특히 바쁜 주말을 보내고 나면 더 그렇다. 이 기분을 그냥 보내기 싫어서 미술관에 가서 예쁜 작품들을 보고 싶지만 이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미술관은 월요일마다 쉬니까.



어제도 미술관으로 출동하고 싶은 욕구를 꾹 참았다. 그리고 화요일인 오늘에야 미술관으로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서 3호선을 탔고,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과천에서는 여러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젊은 작가 모색전>만 보기로 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규모는 꽤 크다. 이곳에 올 때마다 진행 중인 모든 전시는 다 보려고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오늘은 체력이 그만큼 따라주질 않으니 계획을 세워서 이동하게 됐다. 집에 돌아갈 체력은 남겨두어야 하니까.



그런데 어쩐지 아쉬운 마음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선택하면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구나.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여력이 고작 요만큼이란 것을 아니까 더는 욕심을 안 부리게 된다. 한 전시만 보겠다고 마음먹으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덕분에 내 마음도 고요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밖으로 나와 잠시 경치를 구경했다. 비가 흠뻑 내렸다가 그친 후라 멀리 나무들 사이로 뿌연 물안개가 낀 게 보였다.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이제 막 미술관에 도착한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여유롭게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종로에 들렸다. 조계사 옆 작은 갤러리에서 좋아하는 신민 작가님의 전시를 보았다. 작가님의 작업은 묘하게 위로가 된다. 사회적 약자로서 굴복하고, 비난받고, 조롱당할지언정 우리도 지키고 싶은 자존감이 있다고, 지지 않겠다고 외치는 느낌을 받는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신민 작가님의 작품은 꼭 소장하고 싶다. 



모든 것을 다 보겠다고 발 동동 거릴 필요 없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보며 꽉 찬 하루를 보냈다. 어떤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 새로운 발견일 수 있다는 것을,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인 하루였다. 좋은 작품을 많이 보고 왔으니 당분간 또 개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미술관을 찾겠지. 그런 기분을 느끼는 날이 또 월요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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