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7(금)
나는 카페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카페에 와서 쉴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다. 평소 커피를 즐기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지만, 임신 초기에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커피를 마시니까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카페인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게 되었고, 가끔씩 쫀득한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해 먹기도 한다(요즘 단 것이 종종 당긴다). 카페에 오랫동안 앉아 쉬면서 임신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나에게 카페는 휴식의 장소가 아닌 기능의 장소로, 목이 마를 때나, 약속이 있을 때만 들리는 곳이었다. 토토는 나와 연애할 때, 내가 도무지 앉아서 쉬지를 않아서 그런 나를 쫓아다니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한다. 나는 식당에 가도 밥도 금세 먹고 일어나고, 카페에서는 목만 축이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데이트할 때 걷는 걸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어디 좀 앉았다 가자'는 말을 먼저 해주어서 기분이 좋단다.
문득 요즘 신혼 여행지에서 체력 차이로 토토랑 투닥투닥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보름동안 여행을 하면서 제대로 밥을 챙겨 먹고 쉬면서 천천히 관광을 다니고 싶은 토토와 하나라도 예쁜 것을 더 보고 싶어서 밥 먹는 시간도 아끼고 싶었던 나와의 팽팽한 기싸움이 있었다. 그때는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몰랐기에 토토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내 몸이 금새 지치게 되니까 토토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지 자연히 이해하게 되더라. 한편 토토는 나의 임신경험을 곁에서 보고 들으며, 나의 건강함으로 나와 마꼬 모두 무탈하게 잘 지내고, 포카도 매일 산책하고, 장도 보고, 개인 작업도 놓지 않는 등의 일상의 지속됨이 가능한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만약에 자기가 임신했더라면 회사도 못 다녔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서로간에 부족했던 부분을 마꼬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마꼬와 나 또는 토토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면 다른 한 명이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돕는 네 가족(포카까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