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3(목)
예전에 모 수업과정을 함께 들었던 N작가님이 개인 작업실을 연다고 했다. 단톡 방에서 개천절을 맞아 작업실 오픈 파티를 열 예정이라는 초대 메시지를 보고, 나는 동기들을 만날 요량으로 선뜻 가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오픈 파티 날짜에 참석 가능으로 투표한 인원은 반장 언니와 나, 단 둘 뿐이었다.
'아.. 어색할 것 같은데. 사정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할까... 아니면 몸이 피곤해서 못 간다고 할까...' 여러 가지 핑계를 떠올려보았다. 임신한 상태로 광역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남짓 걸리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했고, 무엇보다 서먹한 분위기가 될까 봐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별다른 핑곗거리를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약속한 날을 맞이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해 근처 빵집에서 빵을 몇 가지 사들고 신촌에서 광역버스를 탔다.
달랑 셋 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작가님의 지인분들도 여럿 와 있었다. 일찍 도착해 음식 상차림을 도왔고, 그날 처음 뵈었던 손님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갖가지 음식이 참 많아서 수고스러웠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이야기를 나눠보니 개인 작업실을 오래도록 소원했던 터라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도 작가님의 큰 기쁨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돼서 일어서는데, 작가님이 맞춤떡이랑 아기자기한 선물이 담긴 가방을 하나씩 안겨주었다. 어릴 때, 엄마를 따라 엄마의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쯤이면 이모들이 집에 가서 먹으라며 무언가를 잔뜩 싸주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어린 나이에 어른들은 어차피 또 만날 텐데, 왜 빈손으로 헤어지지 않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 내가 한아름씩 챙김을 받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조금 찡했다. 그리고 낯설다고 느꼈던 관계를 혼자 멋대로 상상한 것에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하나하나 가방을 채우며 고마움의 표시를 해준 N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가방을 소중히 안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