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5(토)
토토의 대학 동기인 S는 우리보다 한 해 먼저 결혼했다.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면, S의 결혼식에 토토와 함께 갔었는데 S의 부케를 토토가 받았기 때문이다. 그 후 우리가 S의 신혼집인 서교동과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연남동에 신혼집을 얻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종종 만나기도 했었다. 토토의 베프였던 두 친구, S와 Y를 위한 집들이를 따로 열기도 했는데 신혼 초의 경험을 서로 공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들이를 마치고 Y는 차를 타고 돌아갔고, 남은 우리는 거리가 가까웠던 S네 집까지 개를 산책시킨다는 핑계 삼아 걸어서 집까지 데려다줬던 기억도 난다. 작년에 S와 Y, 두 친구는 몇 개월의 텀을 두고 출산을 했다.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는 구체적으로 아이를 계획하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내심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걸 보고 부럽기도 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어려움을 경험하는 일이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을 더 탄탄히 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S가 아기 침대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사실 임신 초기까지만 해도,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아기 용품을 준비하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누군가 아기용품을 물려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고. 여유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집이라 부피가 큰 아기 침대를 주는 대로 받는 게 좋을지 고민되었지만, 결국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아기 침대만 받을 걸 생각하고 가는 길에 답례로 작은 과일 상자와 조각 케이크 몇 개를 사 갔는데... 맙소사! S는 아기 침대뿐만이 아니라 유모차, 내복, 모자, 양말, 바운서, 유아용 카시트, 사이즈가 안 맞아서 쟁여두었던 기저귀, 임부복까지 자동차 보조석에 내가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아기 용품을 한가득 챙겨주었다. 상태가 모두 좋은 물건들이라서 중고카페에 팔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우리를 생각해서 잘 보관해두었다가 보내준 거라서 고마웠고, 친구네 부부 덕분에 마꼬를 맞이하기 위해 소비해야 할 품목이 크게 줄었다. 우리가 연남동을 떠나올 때 즈음 이 친구의 육아가 시작되었기에 연락이 뜸했는데도, 이렇게 마음을 써주는 것을 보니 토토가 참 좋은 친구였구나 싶었다.
토토의 친구 덕을 본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S와 Y가 육아에 제법 익숙해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던 얼마 전, 토토는 두 친구와 그녀들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친구를 만난 게 육 개월 만이라고 했다. 그날 토토는 두 친구에게서 출산 당시의 경험과 출산 후의 경험을 상세히 듣고 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출산휴가를 내기로 결심을 굳혔단다.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적인 성격의 자기와는 달리,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내가 집에서 온종일 신생아와 단 둘이 있게 된다면 몸보다도 마음이 무척 힘들어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도 그 점이 가장 두려웠는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던 두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받은 물건을 하나씩 정리했다. 하나씩 꺼낼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모든 게 작고 귀여웠다. 하지만 도통 어느 시기에 써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 공부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토토는 큰 물건들을 맡아 비닐로 포장해 창고로 옮겼고, 나는 받아온 아기 옷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는데 어느새 서랍장 한 칸에 아기자기한 옷가지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아무래도 답례가 충분치 못한 것 같아서 이유식으로도 먹일 수 있고, 구이로도 먹을 수 있는 소고기를 세트로 사서 보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토토의 친구들아,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