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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05. 2020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해봐요, 우리

2019. 10. 11(금)


오늘은 마포 FM 라디오에 게스트로 녹음을 하러 다녀왔다. 며칠 전, 숲속협동조합의 변재민 선생님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작년에 내가 모 케이블 방송에서 독립출판물 제작자 출연한 방송 분을 보시고는 인터뷰를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추천해주셔서 출연하게 되었다. 라디오 방송은 애정 하는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에 출연했던 것 이후로 두 번째였는데 편집이 없는 녹음 방송이라고 들어서인지 많이 떨렸다. 긴장을 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류소영 피디님 덕분에 정신줄을 놓지 않고 무탈히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송에서는 브런치에 연재 중인 임신 일기 '취향이 오므라이스'와 숲속협동조합에서 문화강좌로 진행하는 '꾸준한 드로잉' 수업을 홍보했다. 그리고 피디님이 신청곡을 하나 가져오라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중의 한 분인 이랑 님의 '먹고 싶다'를 신청했다.



헤드셋을 끼고 말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녹음 전에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적막감 가운데 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험이 생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말에 집중하게 되더라. 시간이 흘러 마지막 코너가 되었고, 자기소개를 하고, 피디님과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집중하게 되는 느낌에 더욱더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말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의 앞에서 하는 경험은 때때로 새로운 힘과 자극이 되어서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지난 작업들을 소개하고 그간 느꼈던 생각들을 전달하면서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작업에 대한 용기를 얻는 기분을 느꼈다. 



마포 FM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방송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피디님은 어떻게 방송을 시작하게 되신 걸까 궁금했는데, 평소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지역 주민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하는 방송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했다. 언젠가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묵묵히 자신의 것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출판물로 내는 일을 해보고 싶으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장기적인 프로젝트 외에는 네 컷 만화도 그려보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없어서 늘 생각만 하셨다고 했다.

"피디님, 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바로 해보세요. 지금의 제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먹어야 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농담 삼아 힘주어 말씀드리고 왔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임신 일기를 벼락치기로 써나가고 있다. 그래서 일기라고는 하지만, 뒤늦게 쓰기 시작한 바람에 실제의 날짜와 연재하는 날짜가 보통 1-2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 내 생애 단 한 번도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내가 정말로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에 대해 망설이는 시간이 길었다. 임신 초기에는 일기를 기록해나가다가 아이와 못 만나게 되는 일이 생겨버린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마꼬는 무럭무럭 자랐고, 평소와는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되는 나날이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뒤늦게 그런 일상을 무작정 흘려보냈던 때가 아쉽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결과야 어찌 되든 지금을 기록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과연 내가 이 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도중에 그만두게 된다 해도 어떻게 마무리를 하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 그리고 방송 후에 피디님에게 전했던 메시지처럼, 하고 싶은 건 우선은 그냥 해보자고 생각하면 걱정이 덜어지는 기분이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해야 한다. 마치 먹덧의 내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먹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10월 11일, 마포 FM 라디오 <망원 탐사대>에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브런치에서 연재 중인 <취향이 오므라이스>와 숲속협동조합에서 여는 <꾸준한 드로잉> 수업을 홍보하고 왔어요. 이날 녹음한 방송이 팟캐스트에 올라왔습니다(제 목소리는 24분 30초부터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podbbang.com/ch/episode/1768513?e=23225541


 더불어 2018년 11월 10일에 방송된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 - 75화 포카와 함께하는 삶> 편도 같이 들어주세요. 반려견 포카와의 일상을 이야기한 방송입니다. 
http://m.podbbang.com/ch/episode/14056?e=2276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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