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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14. 2020

마음의 결이 맞는 사이

2019. 11. 3(일)

친구들과 경주로 2박 3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K와 J 둘이서 경주월드에 스릴 넘치기로 유명하다는 롤러코스터 '드라켄'을 타러 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시간이 맞았던 내가 합류하게 되면서 여행 일정이 대폭 바뀌었다. 롤러코스터를 함께 타진 못하겠지만 나도 놀이동산을 워낙 좋아하니 구경만 하고 다녀도 좋다고, 회전목마라도 타겠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임산부를 혼자 둘 수 없다며 고맙게도 여행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우리는 느릿느릿 산책을 하는 느낌으로 동궁과월지, 월정교, 첨성대, 교촌마을, 대릉원 등을 걸으며 예쁜 사진을 많이 찍었고, 경리단길 내의 서점과 편집숍, 옷가게를 구경하기도 하고, 오락실에서는 틀림 그림 찾기 게임을 하며 놀았다. 이전의 여행과 달라진 게 있다면 저녁 식사 때 친구들은 막걸리나 맥주를 마셨지만, 나는 음료수만 먹었다는 것... 숙소로 돌아갈 때엔 밤을 지새울 요량으로 호기롭게 간식거리를 한 아름 사 가지고 갔으나 역시나 이십 대의 시절처럼 밤을 지새우는 건 영 어렵더라. 그래도 그 시절을 함께 보내며 한창 놀아봤기에 오늘의 미련보다는 내일의 체력을 걱정해주는 것이 참으로 삼십 대 중후반의 찐 우정답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나 열아홉, 친구들은 스물일 때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때는 우리 셋 외에 여럿이서 몰려다녔고 그 수가 많았다. 여러 해를 보내며 더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있기도, 그러다 멀어진 친구들도 있었는데 결국은 마음의 결이 맞는 사이가 제일 오래가는 친구로 남게 되더라. 그런데 요즘 들어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마음의 간극이 생길까 조금 두렵기도 하다. 나는 토토와 이십 대 후반에 만나 삼 년간의 연애 후 결혼 해 삼십 대에 연애를 해보지 않아서 모르고, 친구들은 결혼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마꼬까지 생긴다면... 혹여 육아에서 얻는 피로감을 핑계로 친구들에게 내 감정이 우선하게 되지는 않을지,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K와 J가 드라켄을 쉽게 포기했던 것처럼, 나도 여유를 가지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기를. 삶의 지혜를 깨우친 나이만큼 앞으로도 우정이 오래오래 갈 수 있기를 바랐다. 셋이라 좋았고 또 셋이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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