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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13. 2020

아침 6시, 김치 콩나물국

2019. 11. 1(금)


오늘은 오랜 친구 K, J와 경주로 여행을 가는 날이다. 서울에서 경주까지는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아침 일찍 친구들과 같이 출발하면 좋았겠지만, 온종일 포카를 집에 혼자 두기가 싫어서 평소의 스케줄대로 산책을 해주고, 함께 있어주다가 정오쯤 뒤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늘 그랬듯 오전 9시 즈음 눈을 떠도 됐을 텐데, 여행 생각에 설레어서 그랬는지 오늘따라 부쩍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면 늦게 일어날 것 같아서 곧바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챙겨놓은 짐을 다시 살피려는데 갑자기 식욕이 돋는다. 아니... 그런데 왜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던 김치 콩나물 국이 먹고 싶어 지는 걸까. 나는 김치찌개, 김치찜은 좋아해도 김칫국은 싫어한다. 어느 정도냐면 '김칫국을 마신다'는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고 않아서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빨간 고춧가루가 국물에 동동 떠다니는 게 싫어서 설렁탕을 먹을 때에도 김치는 절대로 담가 먹지 않는다. 깍두기 국물을 넣어서 먹어야 한다는 둥의 아는 체를 하는 사람을 보면 아무리 일행이라고 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앉고 싶을 정도이고, 학생 때 급식 메뉴로 김칫국이 나오는 날이면 우울했다. 국물이 있는 동치미도 아니고, 빨간 김치를 왜 맑게 끓여먹는 걸까?



그런데 마꼬야, 너는 김칫국이 좋으니. 나는 김칫국보다 김치찌개가 더 맛있던데. 가만 보면 마꼬는 콩나물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콩나물 국은 나름 괜찮지만 콩나물 국밥은 또 즐기지 않는 별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콩나물 국이 주는 아삭한 식감과 달리 콩나물이 한데 얽혀 푹 데워진 모습을 보자면 나도 덩달아 풀이 죽는 느낌이다. 한데 얽힌 콩나물은 수저로 떠먹기도 불편하고, 하나하나 젓가락으로 집어 먹자니 이 수고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심정이고. 콩나물은 오로지 무침과 콩나물 밥을 해 먹을 때가 가장 좋다. 그런데 김칫국과 콩나물의 조합이라니! 마꼬야아... 정오까지도 이 식욕이 가시지 않는다면, 고속터미널에서 출발 전에 마꼬가 원하는 걸 사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검색창을 켰다. 가만있어보자, 고속터미널에 콩나물 국밥집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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