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9(화)
요즘은 왜 이렇게 잡채밥이 맛있을까. 잡채밥도 오므라이스처럼 토토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내가 김치찜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것만큼 토토가 좋아하는 음식도 당기는 걸 보니, 마꼬는 타인에게 공정한 성정을 가진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잡채밥 먹기로 했다. 작업실 근처의 중국집에서는 식사 메뉴를 시키면 계란국을 같이 주는데, 둘 다 담백하니 참 맛있다. 퇴근하고 먹을 잡채밥 생각에 오늘따라 일에 집중이 잘 되더라. 이삿짐을 나르던 날도, 숙취에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싶던 어느 주말의 아침에도, 어쩐지 느끼한 음식을 먹고 싶었던 날에도 토토는 늘 잡채밥이었다. 나는 그런 토토에게 "오늘도 잡채밥이야?"라고 묻곤 했는데 토토는 "같이 먹자"하고 씨익하고 웃을 뿐이었다.
토토가 십 대였던 시절, 엄마가 식사를 못하고 오는 형의 과외 선생님을 위해 중국 음식을 시켜주었는데 그는 항상 잡채밥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전에는 잡채밥이 뭔지도 몰랐는데 부모님이 집 밖의 음식을 잘 사주지 않아서, 우연히 한 입 얻어먹었던 그때의 잡채밥이 너무 맛있었다나. 그래서 성장하느라 늘 배고팠던 중학생의 토토는 나중에 커서 돈을 많이 벌면 잡채밥을 사 먹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어른이 되고 가장 좋은 점으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우선순위로 꼽는 사람들이므로 나도 그 마음이 십분 헤아려졌지만, 그래도 중국집 전화 주문을 앞두고 토토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항상 묻는다. 오늘은 토토가 다른 게 먹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잡채밥뿐이지만.
성실히 일을 했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는 '정말 어른'이 된 기분으로, 작업실 근처 중국집에서 잡채밥을 야무지게 먹었다. 오늘도 잡채밥을 먹었다는 나의 말에 토토는 엄청난 지원군을 얻은 표정으로 크게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