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얄리 Oct 22. 2023

제11화. 새로운 인생 트랙에 올라타다

3년 전 봄 나는 인생의 나락,

지옥, 실패를 맛보았다.

정말이지 끔찍하고 절망적이었다.


인생의 대위기에서

나는 심리상담과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죽지 못 해 시작한 건데

지나고 보니

어둠과 고통 속에서

마음을 돌보고 몸을 단련한 거였다.


지금 나는 남편을

나의 욕망의 피사체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의 강점,

그의 한계,

그의 아킬레스건.

그리고 그의 가능성까지도

그의 것으로!


요즘 남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10년 뒤, 2~30년 뒤

각자가 원하는 미래,

또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바쁘다.

그리고 지난 10년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이제까지 했던 방식이 아닌 다른 것들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통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한다.

아이들을 재운 후 각자 자기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이다.

남편은 야식과 드라마를 멀리하고,

나는 일거리를 저녁에 집으로 들고 오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댔던가.

사소하게 계속 짜증내는 첫째의 습관도

손톱 물어뜯던 둘째의 습관도,

차츰 잦아들더니 마침내 사라졌다.


예전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내 삶의 중심에 두고

남편과 아이들의 종노릇을 했다면

지금은 내가 내 중심을 잡고 서 있고

내가 끝나는 곳에 그들이 서 있는 느낌이다.

‘따로 또 함께’ 라는 감각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본질적인 내면의 변화 덕에

일도 다른 인간관계도 질적인 변화가 있다.

해야 되는 일은 가급적 만들지 않고

일시적으로 돈이 안 되더라도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게 된다.

나의 관심사를 더욱 뚜렷이 하고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만남의 자리에 나가보기도 한다.


마흔에 접어들어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

나를 뾰족이 하며 동시에 확장시키고 싶다.

뾰족이 한다는 건,

내가 원하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추구하고 싶다는 것이고

확장시키고 싶다는 건

나의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나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어제 신비한 꿈을 꿨다.

새벽녘 어스름한 시간

낯선 항구에 도착한 듯하고

처음 보는 최첨단 건물

푸르스름하면서 은빛 광택이 번쩍이는

믿을 수 없이 멋진 건물들.

우와, 우와를 남발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잠재의식이 내게

내가 가닿을 곳

내가 향하고 있는 곳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는 듯.


폐허에 서 있던 3년 전 나로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와 있다 싶다.



tip. 깨어나지 않으면, 의식하지 않으면 무의식에 프로그래밍 된 대로 산다.

나는 어린 시절 온전한 돌봄을 받지 못했고, 그 환경을 내면화하여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나의 욕구와 취향을 소외시키며 살아왔다.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의 욕구를 내 것으로 착각했고, 커서는 부모에서 남편으로 그 대상만 바꿔, 똑같은 패턴으로 남편의 욕구에 내 것을 포개어 남편에 종속되어 살았다. 마흔이 다 되어 결혼이 내 인생을 건져내 줄거란 환상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그 뒤 나는 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참된 감정들을 만나고, 뱃속에서 올라오는 직관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스런 즉흥성이나 삶의 활력, 에너지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진정한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처한 대위기가 무엇이든 그것은 신이 당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임을 기억하라. 저주를 선물로 바꿀 힘이 우리에게 있음을 기억하자!

이전 10화 제10화. 길바닥에서 주운 500원을 행운으로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