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은 진짜다
- 지후 엄마~ 오셨어요?
- 네, 제가 좀 늦었죠? 지후 잘 놀았어요?
- 아이구~~ 네네~ 너무 잘 놀았어요~ 우유도 잘먹고~ 응가도 잘하고~~~
- 아, 응가했어요? 잘했네요~!!
응가를 했다니, 우유도 잘 먹었다니.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접속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달려온 마음이 한순간에 탁, 풀어지는 것 같았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녹록치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일의 반복이었고
그 단순한 일이 가장 중요한 3가지
잘 먹고, 잘 싸고, 그리고 잘 자는 것이었다.
- 낮잠은 좀 잤어요?
- 오늘 잠을 잘 안자네요~ 30분 자고 일어났어요.
아, 이런.
그렇다면 오늘 나의 접속시간은 수면부족으로 피곤한 아기를 달래는 시간으로 채워지겠구나.
- 그럼 내일 뵐께요!
- 네 감사합니다 이모님~
이모님은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팟! 하고 사라졌다.
오리온에서 운영하는 이모님 서비스를 통해, 나는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맘에 드는 이모님을 찾을 수 있었다.
최소 접속시간 외에 아기를 돌봐주는 AI 시스템이었는데
육아 프로그램에서 수행해야 하는 아기 돌보기를 나 대신 해주고 있었다.
하루에 6시간만 접속해서 아기를 키우는 경험은 일시적 체험 수준으로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AI 이모님을 통해 24시간 아기를 직간접적으로 돌보는 프로그램 구성인 것이었다.
이모님이 퇴근하고 (사라지고) 지후 케어 시스템에 오늘의 데이터가 업데이트 되었다.
우유를 몇시에 몇 ml 먹었는지, 낮잠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잤는지, 응가는 몇시에 했고 상태가 어땠는지.
- 4시간 후에 먹으면 되겠구나.
매트 위에 앉아 자동차를 입에 넣고 있는 지후에게 다가간다.
- 지후야~~~ 엄마왔어~
- 난나나나나나!!!
지후의 입과 턱은 침으로 범벅이 되어있다.
턱받이용으로 묶어준 손수건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비릿한 침냄새.
정수리에 코를 대고 아기의 체취를 맡아본다.
고소하고 포근한 냄새.
지후를 번쩍 들어 올려 가슴에 꼭 안아본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 보고 싶었어. 우리 아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은
나에게 숨을 쉬는 일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나의 아기 신지후는 나를 닮은 눈매와 나와 같은 혈액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형처럼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예쁜 아기가 내 아기라니.
지후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이나 쇼핑을 갈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지후를 들여다보았다.
- 아이 이뻐라~
- 아기가 너무 예뻐요~~~~
- 엄마 판박이네요~ 너무 귀엽다 너~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부풀어오르게했다.
지후는 나의 자랑,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이었다.
현실에서의 엄마들의 이야기를 맘카페에서 읽어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녀들이 느끼는 힘듬, 지침, 좌절, 기쁨, 뿌듯함,
그리고 사랑. 순수하고 날 것 그대로의 본능적인 사랑.
물론 24시간 아기를 돌보지는 않고 있지만,
워킹맘이라면, 가족이나 이모님들과 함께 살며 육아를 분담하고 있으니
나와 다른 점은 크게 없는것 같았다.
오리온에서 지후를 키우는 일은 날이 갈수록 보람차고 즐거워졌다.
지후가 떼를 부리고 우유를 안먹거나, 트름을 하지 않아 애를 먹일 때는
기절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하루하루 커가는 지후가 놀랍고 뿌듯했다.
- 아야!!!
갑자기 어깨에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졌다.
뭐지?
지후를 안고 흔들흔들 하고 있었는데,
이런.
지후가 내 어깨를 깨문것이다.
잠깐, 깨물다니?
- 지후야, 잠깐만, 아~ 해봐.
- 난난나아아아아!!!! 나아!!!
앙증맞은 아랫 입술을 아래로 내려보니
희미한 흰색 치아가 살짝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두 개나!
- 어머머머머!!!! 지후야 너 이빨 났구나!!!
엄청난 사건이었다.
- 메맘모 로그인해줘.
나는 메타버스 맘까페인 메맘모에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음성인식으로 '메타버스 맘들의 모임' 까페에 로그인을 했다.
지후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손이 자유롭지 않아
음성으로 포스팅을 했다.
눈 앞에 나타난 투명 디스플레이에 나의 목소리가 문자로 변환되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포스팅을 하자 마자 까페 맘들의 댓글이 다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메맘모 등급은 '갓맘' 이었다.
많은 포스팅을 하고, 많은 댓글을 받는 순서대로 등급이 매겨지는데,
아마도 나는 육아에 대한 오랜 소망, 누적된 지식과 열정이 결합되었는지
금방 등업 등업이 되더니 이제 수많은 맘팬들을 거느린 최고 등급이 되었다.
- 지후 첫 니 낫군요! 축하해요~~
- 와 너무 귀여워요~!! 잇몸이 간질간질 할거에요~~ 떡뻥 많이 쥐어주세요~
애정어린 맘들의 코멘트들을 보며
지후의 따뜻한 몸을 꼭 끌어안았다.
오늘도 자랐구나, 내 아가.
세상에 이렇게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
지구의 운명을 건 우주 탐사를 한다 하더라도
하루 하루가 이렇게 뿌듯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역시 엄마가 되기로 한 건 좋은 선택이었어.
늘 피곤하고 잠이 부족했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은 상상이상이었다.
매일 아이에게서는 빛이 났고, 순간이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보여
일 분 일 초가 아까웠다.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저, 프로그램 접속 시간을 연장하고 싶어요.
- 네, 신연재 고객님. 현재 엄마되기 프로그램 6시간 이용 중이신데요, 어떤 프로그램으로 변경 도와드릴까요?
- 가장 길게 접속할 수 있는게 몇시간인가요?
- 12시간입니다. 중간에 2회 접속해제하시고 휴식하셔야 하구요.
추가비용 시간당 3만원 발생하세요.
지후와 있고 싶다.
더 많은 시간 내 아기를 안고, 자라는 걸 보고, 내 손으로 돌봐주고 싶다.
물론 12시간 아기를 보려면 일을 계속 할 수는 없다.
그만두거나, 휴직해야겠지.
내일 당장 휴직하겠다고 회사에 말해야겠다.
- 네, 저 12시간으로 연장할께요.
- 등록하신 카드로 결제하겠습니다.
지금 프로모션 기간이라, 아이와 함께 이용하실 수 있는 키즈까페 할인권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전업 엄마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소식을 알려야 한다.
- 메맘모 로그인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