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르샤 Feb 06. 2021

엄마의 도전, 운동부터!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일년살기

 새해 목표를 세웁니다. 올해는 꼭 운동을 해야 겠는데... `수영은 물에 들어가면 잇몸이 아파서 싫고, 헬스는 힘들어서 안가고, 요가는 재미없어서 미루고, 도대체 나한테 맞는 운동이 있기는 있는 거야?` 운동 하나도 못 정하겠습니다. 혼자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작심 3일이면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지?` 생각합니다. 머리로는 길에서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실제로는 집에서 누워 있습니다. 그 때 블로그에서 눈에 띈 소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이하 1년 살기)”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첫째 주 토요일 오전 9시에 강남역에서 모입니다. 1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각자 정해서 1년 동안 정주행을 합니다.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1년 동안 완주하겠다는 결심과 회비 5만 원입니다. 1년의 목표를 12개월 쪼개어 매달의 계획과 그 달의 결과도 모임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일단 그 모임의 이야기가 올라오는 블로그를 6개월 지켜봤습니다.    


 모임의 리더인 퀸스드림님은 아이가 배속에 있을 때 다운증후군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눈물로 간구 했고, 아이만 건강하게 태어난다면 남은 생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주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고 건강하게 자라면서 늘 마음속에 하나님과의 약속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이 1년 살기 모임도 만든 이유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운동 계획을 1년 6개월 째 생각만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쓰는 5만원이 너무나 커 보입니다. 돈을 이체하는 손가락이 후덜덜 했지만, 모임에 참여해서 지금 저의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매월 초에 계획을 세우고 한 달의 결과를 피드백하는 1년 살기의 시스템이 제게 꼭 필요했습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롭게 행동해 보고도 싶었습니다. 모임 첫 날 예쁘게 원피스를 입고 강남역으로 향했습니다. 나만의 모임을, 그것도 혼자서 가던 걷던 그 가벼운 발걸음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지만 도무지 몸은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100km>책을 읽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책에서는 고등학생 혼자서 100km를 걸었다고? 저의 한 달 목표를 만보걷기로 정했습니다. 다음 달 모임에서 걷기 결과를 말할 것입니다. 저는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 프로젝트 중이잖아요. 걷기 대회 신청, 운동화, 사람들에게 목표 말하기가 매일 만보 걷기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매일 운동 과정을 인증하며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나의 몸 근력, 마음 근력이 함께 성장합니다. 세웠던 목표를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 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지금 시각 밤 11시 36분. 12시 전까지 4000보가 남았습니다. 만보가 안 된 것을 발견하고 걸으러 나갔습니다. 걸으면서 시계를 확인하니 오늘이 24분 남았습니다. 24분은 1440초입니다. 1초에 3걸음은 걸어야 합니다. 바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목표 달성은 못하더라도 만보에 근접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노력은 해 보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안 될 것 같아서 그만 두는 것과 안 될 것 같은데도 한 번 해 보는 것! 그 선택이 일을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것을 압니다. 운동 앱에서 1km를 뛰었다고 안내 음성이 나옵니다. 12시 되기 딱 5분 전입니다. 제자리에서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높였습니다.     


 12시간 넘으면 기록에 한걸음도 추가되지 않습니다. 자정이 넘으면 걸음수가 0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오늘의 기록을 위해 최대한 왼발, 오른발을 빨리 바꿉니다. 달밤에 집 앞 가로등 아래서 아줌마가 홀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2분 남았습니다. 더 힘이 남아 있나 할 정도로 전력 질주합니다. 혼자서 얼마나 발을 번갈아가며 뛰었던지 녹초가 되었습니다. 시계가 12시를 바뀐 후 두발을 멈췄습니다. 핸드폰 화면을 마음 졸이며 봅니다. 앞자리가 9가 아니라 1입니다. 아싸! 기록은 10025걸음입니다. 역시 운동하러 나오길 잘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집에 들어오는 저를 본 남편이 “전쟁터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수 같아”라고 말합니다. “네” 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뭔가를 해 냈다는 기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느낌입니다. 이런 좋은 기분을 저에게 자주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소희 작가의 <엄마의 20년>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한 여성이 어떻게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굳건히 세웠으며, 그 세계에서 그녀가 성장을 거듭한 덕분에 그녀의 가정이 얼마만큼 생기를 되찾았나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화가 나면 일단 걸으러 나갑니다. 우울해도 걷고, 기분이 좋아도 패스하지 않고 그 날의 운동량을 꼭 채웁니다. 처음에는 “엄마, 걷고 올게”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면 "어디 가요? 꼭 가야해요?”하고 묻더니 이제는 “응, 잘 다녀와”라고 말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일 매일 걸었더니 걷기 시간은 엄마에게 중요한 것이고 날마다 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이 알게 됩니다.   

 

 엄마의 걷기가 가족에게 확장되었습니다. 주말이 되면 서울 둘레길을 가족이 함께 걸었습니다.  간식과 물을 각자의 가방에 넣고,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걸었습니다. 둘레길 코스별로 스탬프 북에 도장을 찍는 것이 신납니다. 산 중턱에서 치킨 먹기, 양말을 벗고 흙길을 걷기, 산에서 만나는 곤충 살펴보기, 산속의 체육시설에서 봉에 매달리기 등 추억을 쌓았습니다.     


 오늘도 저는 걷습니다. 따로 또 같이.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 터치 몇 번 만에 필요한 앱을 찾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