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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Sep 11. 2024

체육대회 전 눈물을 쏟은 중1  딸

청소년과의 대화

어제의 기쁨이 오늘도 기쁨일까?

어제의 안전이 오늘도 안전일까?

어쩌면 삶은

매일의 감정을 살피고 보듬고 털어내어야 하는 나날들의 연속이 아닐까?


잠들기 전

둘째가 이불을 펴고 누워서 입이 뾰로통해있다.

그제야 생각이 난다. 언니 학원 다녀와서 가족이 간식타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째가 "나 오늘 할 이야기가 많아!"라고 했고, 나도 "나도"라고 외쳤다. 둘째는 "나도 할 말 있어. 슬픈 일이야"

지나쳤던 그 말. 슬픈 일이야.


머리 쓰다듬으면서 "00 이가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도 안 들어줘서 슬펐구나. 그런데 언니는 대학 이야기라서 중요하니까 계속 기다렸구나."라고 했더니 "응. 응"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가 들을 눈을 마주 보고 몸을 00 이에게로 향해 돌렸다. "슬픈 일이 있었어" "체육대회를 예전의 마음만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오늘 담임 선생님에게 단체로 야단맞았어.

왜 선생님께 묻지 않고 마음대로 하냐고

우리 반에게 실망했대."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담임 선생님은 체육과목이다. 지금까지 담당한 반이 3대 대회( 체육대회, 등산대회, 합창대회)에서 항상 1등을 차지했다고 학기 초에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구나"


 문제는 주말 학교에서 연습하는 데, 허락 맡지 않았음(애들이 너무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 체육대회 하의 선택 문제등이다.


 아이들이 토, 일요일에 학교에서 응원 연습을 했는데, 담임 선생님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묻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에서 혹시 안전사고가 나면 큰일이다. 아이들 마음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 혼내셨다

  "반티 아래 검은 옷이나 편한 옷을 입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학급회의를 통해 무릎까지 오는 청바지로 결정이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선생님은 "너희 마음대로 다 하라며 화를 내셨다. 너희가 처음 체육대회를 하는 게 맞냐? 중3처럼. 알아서 다하네. 너희 맘대로 해. 왜 그렇게 나대냐"

아이들은 1등 하려는 마음에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엄마: "학교의 절차라는 것이 있어. 그건 배워야 하는 거야."  

딸 : "왜? 미리 안 가르쳐줘?"  

엄마 : "모든 규율을 다 나열할 수 없지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배우고 그다음엔 지켜야 하는 거지."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는데

선생님의 의견을 따라줬으면 하셨나 봐.

그래서 00 이는 속상했겠다.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은 잘못했어. 그건 야단맞으며 배워야 해"


선생님이 따로 경은이를 부르셨다.

2학기 반장이 믿음직하지 못하니 네가 우리 반을 좀 조용히 안정적으로 시켜달라.


경은이는 못하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단다. 반장 친구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자기도 스스로 나댄다고 생각하는 데

아이들이 나쁘게 보지 않아서 잘 지내는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께 "어려워요~"라는 이야기가 너무나 하기 어렵단다.  신뢰받고 싶은 사람에게 못한다는 이야기는 힘이 든다. 그렇게 아이는 뚝뚝 눈물을 흘 린다.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담임 선생님의 신뢰가 네게는 부담이구나. 어려운 건 어렵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 학기 초에 네게 어려운 일 없냐고 물으신 적 있으셨잖아.

넌 중1이고 반의 분위기는 네가 책임을 질 일이 아니야.


 선생님은 너의 긴 인생 중 지나가는 분이다. 좋았던 점은 웃고. 힘겨운 일은 지나치고. 배워야 할 것은 익히면 된다.


 공감이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화남 슬픔 기쁨을 자기 것으로 가지고 온다. 타인의 감정이 나로 인한 것인지.

무엇 때문인 것인지.

한번 인지해야 내가 주인인 삶을 살 수 있다.


(사실 아이에게 말하며

내가 곰 씹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타인의 칭찬으로

내가 가진 보석이 빛나는 게 아니다.

타인의 비판으로

내가 가진 보석 빛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나는 나이다. 

그 빛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밝혀지고 있다.

나의 두려움이 그 빛을  가렸을 뿐...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이야기가 끝났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엄마! 나 체육 대회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래~~


마음을 털어내는 10대 딸에게도 고맙고

그 마음을 공감하는 나에게도 고맙다.


알고 보면 10대 때 배워야 할게 참 많다.

10대의 엄마가 배워야 할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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