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40일째, 민성이 D+589
돌아오는 길엔 벚꽃이 많이 져있었다. 금요일과 일요일, 불과 사흘만인데 그새 꽃잎의 반은 떨어졌나 보다. 본디 화려하지만 짧게 피고 지는 게 벚꽃이라지만, 그래도 반토막이라니. 주말 내 쏟아진 비도 한몫했을 거다.
2박 3일의 부여 여행도 비슷했다(부여의 민성이(1),(2)). 화려했지만 짧았다. 그래도 짧아서 아쉽기보다, 화려했기에 즐거웠다. 우리의 다음 여행, 다음 꽃구경은 언제일까 생각하며 부여를 떠났다.
민성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 그는 체크아웃 직전까지도 있는 힘껏,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놀았다. 조식 뷔페에선 블루베리와 두부 파스타를 중심으로 폭풍 먹방을 선보였다. 고단했을 것이다.
여행은 흠잡을 데가 없었는데, 내 몸 상태가 흠이었다. 난 여행 첫 날도, 그다음 날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등이 너어무 아파서 계속 뒤척여야 했다. 겨우 잠들었다가도, 등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몇 번을 깼다.
정확히는 오른쪽 날개뼈 부근인데, 뭔가로 얻어맞아 멍이 들었을 때 통증 같기도,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뻐근한 느낌 같기도 했다. 여하튼 몸과 고개를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주말 마사지를 받고(마사지와 꽃놀이) 괜찮아지길래, 등 근육이 조금 뭉쳤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 숙소 딱딱한 바닥에서 이틀 연속 잔 것도 분명 한몫했을 테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그러니 추정컨대 애 때문이다. 난 매일 민성이를 안아주고, 그의 손을 잡느라 등을 구부정하게 꺾어야 할 때가 많다. 육아휴직 1년, 아마 등에도 피로가 많이 쌓였을 것이다.
아내가 마사지를 해주는데, 내가 아픈 부위를 정확히 집어냈다. 그녀도 민성이를 볼 때 등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언제 괜찮아졌냐고 물으니, 애를 안 보면서부터란다. 안타깝게도 난 고를 수 없는 선택지다.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몸에서 조금씩 이상신호가 전해져 온다. 하지만 '아빠, 아빠'를 외치며 해맑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면 등이 굽어도 안아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병도 약도, 모두 다 아이 소관이다. 육아란 그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