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 / 수선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지 묻습니다.
사랑은 외로움을 따로 키우는 일입니다.
사랑에서 생겨난 외로움이란 고독과 다릅니다.
고독은 때가 지나버린 마른 것들입니다.
외로움은 어린아이에게도 소녀에게도 교실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에게도 시시각각 찾아드는 물기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네 발 달린 짐승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흐르는 바람을 두 손으로 잡아두고자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외로움입니다.
“나르키소스도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 주세요.”
숲과 샘의 님프인 ‘에코’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찾아가 빌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실체마저 다 잃고서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다 결국 절망하여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 그가 떠난 자리에 핀 수선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곁들여 들려줍니다.
아마 메아리 ‘에코’가 빌었던 것은 이렇게 슬픈 결말이 아니었고 사랑을 아는 존재의 탄생을 온몸으로 바랬던 것이었을 거라고 나는 말하겠습니다.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고개쯤에서 우리는 끄덕이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외로우니까 사랑이다’로 아름답게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꽃들이 여기저기 한창입니다.
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지치고 힘이 들 때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당신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치유받는 느낌을 건넬 겁니다.
‘힐링’이라고 하는 요즘의 주제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좋은 시, 한 편을 또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렇듯 보듬어 보는 시구 詩句들이 언젠가 우리를 지탱해 주고 돌봐주는 고마운 것들로 자랄 것만 같아서 흐뭇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하느님도 가끔은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데, 우리도 용기 내서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