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69

아침에,

by 강물처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의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마르코 8:17,18




눈과 귀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어렵습니다.


보이는 것 보고 들리는 것 들었을 뿐인데 그것이 사람을 혼탁하게 합니다.


또한 내가 나서서 듣고 본 것이라도 다 알지는 못합니다.




아이들에게 I see라는 표현을 알려줄 때 흥미롭습니다.


모든 공부가 다 그렇지만 특히 외국어 공부는 문장을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를 경험하는 일입니다.


내가 본 거야, 봤는데 그냥 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본 거야.


그래서 알겠다는 거야.


미묘하지만 머리를 흔드는 순간이 빠를수록 유연성이 그만큼 좋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곁들이자면,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의 인사는 I see you였습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인정하실 겁니다.


요가는커녕 스트레칭 하나 하는 것도 몸이 뻣뻣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언어를 배우는 데에도 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데에도 심지어 봄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는 제각각 다른 풍경을 연출합니다. 배우도 나 자신이면서 연출이나 기획도 내가 주도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뻣뻣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그래서 어렵고 힘듭니다.


가장 늦게 나이 먹으라고 그렇게 만들어 준 마음인데 그것이 어느새 물기를 다 잃고 푸석거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을 가지고 다닙니다.


돈이 아니라 물이 필요합니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은 마음까지 적시지 못합니다.


보면 알아야 하는데 이제 볼 것이 너무 많아져서 다 볼 수도 없고 봐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술 취하면 대리해 주고 집안일도 요리도 교육도 대신 부탁합니다.


정말 많이 바빠져서 그렇겠지만 무엇하느라 바쁜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내 일상이 유연성을 잃은 탓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를 베는 작업은 나무에 물기가 오르기 전, 이 겨울에 마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물기 있는 것은 생기가 돋고 생기 있는 것은 유연해서 바람을 타고 놉니다.


나무꾼도 싱그러운 것들은 손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몸이 늙어가는 것이 순한 이치라면 마음이 뛰노는 것도 같은 이치 아닐까 합니다.


마음은 그대로 있다가 다시 옮겨가겠지요, 그런 것을 영혼이라고 부르고 ´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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