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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Mar 17. 2023

140-1

소설이 기도가 되는

2023, 0317, 금요일



성경의 정신을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바로 오늘 복음 말씀으로 이어집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첫 번째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 두 번째는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사랑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는 것이며 타인을 나처럼 여기는 마음이니, 같은 말의 반복이 됩니다. 바꿔 적으면 이렇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라´


말하자면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일, 하나로 귀결됩니다.




그런 사랑은 쉬운 것입니까, 어려운 것입니까.




¶ 그러나 욥의 고난은 하느님의 어떤 심오한 사실들에 관한, 그리하여 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실마리를 준다. 이런 최고의 사랑의 대상은 우리에게 좋은 것, 사실상 생명 그 자체를 주지만, 나쁜 것도 준다. 최고의 사랑 어린 친절함을 주지만 가장 지독한 잔인함도 준다. 우리 삶과 존재를 떠받쳐주는 약속을 주지만, 동시에 의지할 데라곤 없는 끔찍한 ´부당함´도 준다.


나는 이것이 모든 진정한 사랑의 진실이라고 본다. 중략


하느님이 "나는 돌보고 싶은 자는 돌보아주고, 가엾이 여기고 싶은 자는 가엾이 여긴다" (출애굽기 33:19)라고 말한 그대로다.




- 사이먼 메이, 사랑의 탄생 혼란과 매혹의 역사에서.




사랑을 하나 적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짧게는 하루짜리, 한 시간짜리 사랑부터 길게는 십 년쯤 된 사랑, 아니면 지나가 버린 사랑이나 일생을 관통하는 사랑 하나를 소설처럼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 분다로 시작할 때가 있으며 겨울이 지났다, 혹은 겨울이 왔다도 생각이 많아지게 합니다. 오늘을 소설로 쓴다면 어떤 문장을 데리고 오면 좋을까, 상상합니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혼자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이제 84일이었다.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첫 문장처럼 ´나도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혼자 고기를 잡으러 어디로 나가볼까 싶은 날이었다. ´는 어떨까.




삶을 사랑하는 일을 배우느라 늙어가고 있습니다. 노인이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84일이었다면, 내가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온 날이 84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바다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부니까요. 내가 잡을 고기도 가시만 남을 것입니다. 노인처럼 말입니다. 바다의 노인이 아니니까, 노인의 바다도 아니고, 노인과 바다, 그것으로 멋진 포즈입니다. 함몰되지 않고 의지하지 않고 기도하는 이의 뒷모습은 멕시코 만류에 출렁거릴 때만 볼 수 있는 것인지, 늙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사랑해야겠습니다.




무엇을, 누구를 사랑하십니까.


거기에 바람은 붑니까, 해는 뜹니까, 석양은 지고 있습니까.


하느님이 계십니까.




고기잡이 나갔던 이야기를 어느 소년과 나눠야 할지 즐거운 꿈을 꿉니다. 어쩌면 예수님이 고기를 잡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소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기도가 되는 현실은 실로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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