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변화하는 시대에 나다움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불안하고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예전부터 “기존 직업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아”라고 말해왔다. 내 직업의 타 이틀은 내가 만들고 싶었다. 회사원, 작가, 선생님, 의사 등 누구나 흔히 생각하는 범주를 벗어나 스스로 창조한 직업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누군가는 비웃었고 누군가는 멋있다고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이든 부정적인 반응이든 공통적으로 했던 말은 “그게 가능하겠어? 쉽지 않을 거야”였다.
직업 창조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일수록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먼저 과거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직업들을 살펴보자. 유튜버, 간병인, 노년 플래너, 영상 디자이너, AI 가상 큐레이터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인간의 활동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탄생했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직업들 조차 사라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농부라는 직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농업 종사자의 수가 크게 줄어 들었다. 인간의 기본 생활 요소인 의식주에서 한 부분을 담당하는 중요한 분야이지만 산업 사회가 되면서 농업의 위상과 비중이 하락했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대량 실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우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그러한 시대 속에 던져졌다.
‘창직’. 말 그대로 직업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여 자신만의 일자리를 창출해내야 한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거저 되는 것이었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내 직업을 만들 수 있는데 뭐 하러 기존의 직업을 갖기 위해 애를 쓰겠는가. 창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 되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직업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워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창조’는 이전에 없는 것을 처음 만드는 일로, 그 결과나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중요하다. 새롭게 만들어진 것에 의미가 없다면 창조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창직도 마찬가지다. 직업을 창조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의미를 업業에 부여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직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노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노동 시장에는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 어렵게 스펙을 쌓고 학위를 따지만 돌아오는 결과물은 스펙과는 큰 관련도 없는 업무의 반복이며, 그에 대한 대가도 들인 노력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노동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앞으로 살아갈 시대엔 주어진 일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N잡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빠르게 직업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이다. 과거와 달리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량의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고, 정보를 유통하는 채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이는 기회를 찾을 경로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시대이든 기회는 존재했다. 지금 이 시대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이다.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한 실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것을 찾아내고 그와 관련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다음에 그 능력을 어떻게 업으로 연결시킬 것인지 찾아야 한다. 이것이 기회를 잡아 살아남는 이 들이 삶을 바꾸는 방식이다.
창직을 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자본을 투자할 만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 스펙을 쌓는다.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스펙 쌓기와는 다른 접근이다. 내가 남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에게 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는 개인을 브랜드화하여 창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는 시나리오였다. 우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시대, 기존의 상식과 틀이 무너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새로운 틀을 창조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과거에 어느 누가 유튜버가 생계를 위한 직업이 될 것 이며, 노년을 위한 플래너라는 것이 생기리라고 생각했을까.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직업을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다. 지겹긴 하지만 어른들이 “내가 너희 시대 때 태어났으면 이렇게 안 살았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지금은 확실히 과거에 비해 제약이 덜해진 시대다. 물론 과거 세대와 현 세대 사이에 여러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개인이 펼칠 수 있는 삶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단지 부정편향적인 사고방식으로 이 시대의 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고방식 아래에서 우리는 도전을 꺼리고,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게 된다. 그러나 직업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명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불확실함과 가능성이 공존하며 다양한 시도와 생각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며, 창조와 융합을 환영하는 세상이다. ‘직업 창조의 시대’는 내재된 창조성을 발견하여 주도적으로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가는 시대이다.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절망보다 새로 탄생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이 있는 시대라는 것을 명심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그 가능성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