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국에 면접이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야”라고 말하던 친구의 볼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큰마음 먹고 퇴사를 한 후 여행을 떠났던 친구는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국으로 소환당했다. 그러고는 돌아오자마자 쉴 틈 없이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나도 이렇게 바로 일을 구해야 할 줄은 몰랐는데, 우선 먹고 살아 야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그의 목소리에서 괜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 문밖으로 나설 때 다시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경제적인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다시금 취업에 기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찾는 일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꿈을 찾아 떠나라’라는 말들이 달콤한 유혹처럼 들려오지만, 정작 퇴사를 하면 ‘안정적인 일자리 있을 때가 좋았어’ 하고 후회하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좌절을 반복한다. 취업과 퇴사의 지겨운 굴레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지쳐간다.
그렇다면 이 지겨운 반복을 그만할 수는 없는 걸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취업난에 시달리다가 겨우 취직을 해도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겨우겨우 버티더라도 마음 한편으로는 퇴사를 꿈꾼다. 하지만 꿈만 꿀 뿐 쉽게 퇴사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퇴사 후 인생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걱정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리 하나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도망치듯 퇴사를 했다가는 외딴섬에 고립된 것 같은 상태가 되고 만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불안감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삶에 행복을 주지 않는 직장이 과연 옳은 것인가?
우리는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불안한 퇴사’와 작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장 회사를 때려 치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굉장히 뻔한 말 같지만 이 당연한 진리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중요한 진리를 놓치고 있다. 사람들에게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힘들어서’ 또는 ‘나와 맞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퇴사가 결국 도피처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퇴사 후에 오는 불안과 두려움은 당연 한 것일지도 모른다. “퇴사 후에 뭐 할 건데?”라고 물어봤을 때 대답할 수 없다면 차라리 퇴사하지 않는 편이 좋다. 자아 탐색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퇴사는 힘들게 취업해놓고 다시 제 발로 취업난에 뛰어드는 꼴이나 다름없다.
현재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직장 생활을 유지하느냐, 혹은 퇴사하느냐 두 가지뿐이다. 그 때문에 취업과 퇴사의 갈림길에서 수도 없이 저울질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둘 중에 조금 더 안정적이고 그나마 덜 위험한 길을 택하게 된다. 길고 긴 인생인데 선택지가 없어도 너무 없다. 그렇다면 사고를 전환해보자. 선택지에 새로운 옵션을 만드는 것이다. 퇴사도 취업도 필요 없는 직장이라는 옵션이 있다면 어떨까? 정확히 말하면 직장이 아니라 직‘업業’을 만드는 것 이다. 나는 대안 없이 무조건 퇴사를 권유하고 싶지 않다. 퇴사가 답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말들은 무책임하고 의미 없는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과 행동의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 이라도 퇴사를 생각했거나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을 해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스로가 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찾는 것이다. 직장과 직업의 차이는 크다. 직장은 물리적, 정서적으로 소속되는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는 그런 공간과 환경으로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때로는 내 인생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울타리라고 여긴다. 울타리로부터 안정감을 느낀 사람들은 그 안정감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그것을 자신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안정감은 사람을 쉽게 안주하게 만들고, 그러면 우리는 세상이 설정해놓은 인생 모드에 만족하게 된다. 이미 맛본 월급의 달콤함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직장을 나온 후에도 다시 그 안정감을 찾아 익숙한 취업 시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직업은 조금 다르다. 우선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다.(여기서 말하는 직업은 의사, 판사, 선생님과 같은 개별 직종으로서의 직업이 아니라 ‘삶의 유지를 위해 자신이 선택하여 종사하는 일’이라는 의미로서의 직업이다. ‘일터 workplace’와 ‘일work’의 차이와 같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 이다. 그것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직업을 만들 수 있다. 직장과 직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녔어도 그것을 자신의 업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 경력은 다음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 추가되는 스펙 한 줄에 지나지 않는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찾는다는 것은 직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유지해갈 수 있는 자신만의 직업을 찾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때로 이 두 가지를 동일시해서 직장에 인생을 기대려 한다. 그래서 나는 직장이 주는 안정감에 매몰되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주도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깨어 있으려 한다. 지겹게 반복되는 취업과 퇴사에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나만의 ‘업’을 찾아나가야 한다.